中, 니카라과 운하 건설 수주… 美 턱밑까지 차이나 파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8일 03시 00분


44조원 규모… 100년간 운영권 가져
美서 개발 파나마 운하보다 규모 커

중국이 파나마 운하보다 규모가 큰 니카라과 운하를 건설하고 100년간 운영한다.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의 영향력이 아시아를 넘어 아메리카 대륙으로 확대돼 해상 물류 요충지를 둘러싼 미중 대결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레네 누네스 니카라과 국회의장은 약 400억 달러(약 44조 원) 규모의 대운하 건설 및 운영권을 중국의 한 업체에 100년간 양도했다고 6일(현지 시간) 밝혔다. 중국 업체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이번 운하는 중간에 니카라과 호수를 통과하며 동서 286km에 이르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엔 철도, 공항 및 송유관 건설도 포함된다.

AP통신 등 서방 언론은 지난해 니카라과 정부가 운하 건설에 드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중국 신웨이(信威)통신의 운하개발투자 자회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을 예로 들며 중국의 니카라과 운하 건설 수주는 이미 예상됐던 일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중미의 대표적인 좌파 정권인 니카라과가 중국과 손을 잡은 것은 윈윈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19세기 말 이웃 국가인 파나마와의 운하 유치 경쟁에서 패한 니카라과는 내전, 독재, 좌파 혁명을 거치며 중미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반면 비슷한 기후 조건의 파나마는 1914년 운하 완공 이후 국민의 생활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파나마는 1914년 건설된 운하의 운영권을 1999년 12월 31일 미국으로부터 돌려받은 뒤 운하 통행세 등 막대한 수입을 얻고 있다. 지난해 운하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은 24억 달러. 파나마 국내총생산(GDP)의 약 8%를 차지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은 운하 건설을 중진국으로 향하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지난해부터 대운하 건설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등 운하 건설에 박차를 가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중국 정부가 니카라과 운하 건설권을 딴 것이 미국과 함께 진정한 G2의 반열에 올랐다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영국이 1869년 수에즈 운하를 완공한 뒤 제국의 위상을 드높였고, 미국이 파나마 운하 건설 이후 유럽 및 아시아 지역과 정치·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계됐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운하#니카라과#파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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