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인력중개업체 통해 일감 맡아, 인터넷으로 일하고 일한만큼 보수
작년 매출 10억달러… “내년엔 2배로”
얼마 전 미국 온라인 인력중개기업 오데스크에 채용 공고가 떴다. 22분짜리 스페인어 동영상을 영어로 바꾸는 일이었다. 미국 번역 업체에 이 일을 맡길 때 드는 비용은 1500달러(약 168만 원). 3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일감으로 시간당 450달러 정도이다. 하지만 오데스크에서 공고를 띄우자 20분 만에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다양한 국가 출신 ‘이랜서’ 25명이 몰리면서 시간당 16.44달러로 단가가 떨어졌다. 이랜서(elancer)란 일렉트로닉(electronic)과 프리랜서(freelancer)의 합성어로 사이버공간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프리랜서를 뜻한다.
세계 최대 온라인 인력중개기업인 오데스크는 이랜서들의 글로벌 전쟁터다. 전 세계 프리랜서 270만 명이 이곳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기업 54만 곳에서 필요한 인재를 찾는다. 계약 기준은 오직 ‘이 일을 얼마나 싼값에 잘할 수 있느냐’다. 이 과정을 통해 프리랜서는 컴퓨터를 통해 안방에서 지구 반대편 일감을 처리하고, 기업은 전 세계에서 마음에 드는 인재를 골라 쓸 수 있다.
최근 이런 이랜서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오데스크와 이랜스의 2012년 매출은 전년에 비해 각각 50%, 40% 늘었다. 2007년 온라인 인력중개기업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 10억 달러를 돌파한 시장 규모는 내년 20억 달러, 2018년 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코노미스트는 “기존 시장에서 프리랜서는 채용정보를 스스로 수집해야 했고 기업은 지원자 검증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다. 온라인 인력중개기업은 이 모든 작업을 해결해 주는 획기적 플랫폼”이라고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우선 이랜서로 활동하려면 까다로운 실력 검증 테스트를 거쳐 프로필을 등록해야 한다. 한국어 번역 분야에 지원하면 토익과 비슷한 400여 개 문항의 테스트가 떴다. 구직자가 원하는 일을 찾을 수도 있다. 몇 분 간격으로 올라오는 채용조건이 마음에 들면 경매 형식으로 원하는 임금을 써내고 지원하는 식이다.
채용 성사는 엄격한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뒤 급증했다. 예컨대 온라인 인력중개기업은 10분마다 피고용자의 컴퓨터 모니터 순간정지 화면을 고객사에 전송해 일을 하는지, 노는지 알려주고 고객사가 업무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면 임금 수준을 다시 조정한다. 임금도 기업으로부터 받은 뒤 수수료를 떼고 이랜서에게 직접 지급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철저한 성과 위주 시스템 덕분에 이랜서는 생산력을 높이고 기업은 믿고 사이트를 활용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많은 중소 글로벌 기업이 온라인 인력중개기업을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미국 테스크래빗은 바쁜 고객들을 위한 대리 심부름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전역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직원은 10여 명뿐이다. 실제 일을 하는 인력은 오데스크 등을 통해 구하기 때문이다.
최근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이런 이랜서 채용시장이 기존의 일자리 개념도 흔들고 있다. 고정된 사무실에 출퇴근하던 1세대, 재택근무와 아웃소싱으로 대변되는 2세대를 지나 언제 어디서고 단기간 업무를 진행하는 탄력성 있는 네트워크로 발전한 것이다.
미국 리크루팅 전문 리서치 업체 ‘스태핑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프리랜서를 다국적 근로자로 만들어주는 이 시장은 새로운 일자리 형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프리랜서의 직업적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없고, 후진국의 값싼 노동력이 선진국의 비용을 떠안는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