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근 북극 석유개발에 나서는 등 ‘북극 공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북극 진출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견제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사회 회원국인 아이슬란드를 적극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북극이사회 정식 회원국은 미국 러시아 노르웨이 덴마크 캐나다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8개국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국가부도 사태를 겪은 아이슬란드도 최근 경제성장률 2.5%, 실업률 5%대로 경기 회복에 중국의 경제적 지원과 협력이 절실한 형편이다. 북극이사회 정식 회원국인 아이슬란드는 중국의 북극 진출을 외교적으로 돕는 대신 ‘차이나 머니’를 통해 ‘북극권의 싱가포르’로 도약하려는 꿈을 꾸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중국 국영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아이슬란드의 석유개발 기업인 ‘아이콘에너지’로부터 북동부 해안지역 석유개발권을 획득했다고 보도했다. CNOOC는 북극지역에서 석유개발사업에 뛰어든 첫 중국 기업이다.
CNOOC의 아이슬란드 유전개발사업 진출은 중국이 지난달 15일 스웨덴 키루나에서 열린 북극이사회 각료회의에서 ‘정식옵서버(permanent observer)’ 국가가 된 지 한 달이 채 안 돼 이뤄졌다. 당시 이사회에서 한국 일본 인도 싱가포르 등 북극 비연안국들도 정식 옵서버 자격을 획득했다.
중국의 ‘아이슬란드 공략’은 북극의 석유 가스 등 자원을 중국이 싹쓸이해 ‘제2의 아프리카’로 만들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거는 제동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4월 15일 아이슬란드를 방문해 요한나 시귀르다르토티르 총리와 자유무역협정(FTA)에 공식 서명해 유럽 국가와 처음으로 FTA를 맺었으며 내년 1월 정식 발효된다. 아이슬란드는 인구 32만 명에 국내총생산(GDP) 140억 달러로 세계 120위다. 중국은 이런 나라와 FTA를 맺기 위해 10여 년간 공을 들여왔다.
중국은 FTA 체결 이후 중국개발은행과 아이슬란드 최대 은행인 아리온 은행 간 협력 협정체결, 중쿤(中坤)집단의 아이슬란드 북동부지역 리조트 시설 개발 추진 등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아이슬란드의 청정에너지인 지열발전에도 관심이 크다. 화산섬인 아이슬란드는 에너지의 25%를 지열에서 얻는다.
중국은 레이캬비크 등 아이슬란드 심해(深海) 항구의 환적시설 개발에도 집중 투자하고 있다. 수심 약 70m인 심해 항구를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북극해의 환적 항구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7∼9월 중국 쇄빙선 ‘쉐룽(雪龍)호’는 칭다오(靑島)∼베링 해협∼아이슬란드를 오가는 북극해 항로 시험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빙하가 녹는 북극해는 군사적으로도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아이슬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영공방위시스템의 핵심 작전구역이다. 지난해 말 중국의 부자 황누보(黃怒波)가 아이슬란드 동북부의 황무지 300km²를 사들여 호텔과 골프장을 갖춘 리조트로 개발한다고 했을 때 아이슬란드 정부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며 불허한 것도 중국이 이곳에 비밀 군사기지를 지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중국까지 본격 가세한 북극 자원을 둘러싼 경쟁은 앞으로 더욱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양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북극해 연안 5개국(러시아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은 앞다퉈 개발전략을 발표하며 대규모 탐사 및 개발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가 가장 적극적으로 2007년 배타적경제수역 확보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로모노소프해령에 국기를 꽂아 자국 영토임을 주장했다. 캐나다도 북극권에 10여 개의 탐사 및 개발광구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북극해에서 핵잠수함을 포함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북극 진출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노르웨이는 연안 5개국 중 가장 먼저 북극해 대륙붕 한계선을 확정해 석유탐사를 시작했다.
올해 정식 옵서버 국가가 된 한국 중국 등 5개국도 북극 자원과 북극 항로 개척에 적극적이다. 박근혜정부는 ‘북극 항로와 북극해 개발 참여’를 140대 국정과제 중 13번째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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