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히틀러의 최측근이자 수백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 대학살에 핵심 역할을 했던 알프레트 로젠베르크(사진)의 사라진 일기가 약 70년 만에 미국에서 발견됐다.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로젠베르크가 1936∼1944년 겨울까지 쓴 일기에는 그가 히틀러, 나치의 2인자 헤르만 괴링, 나치 친위대 총사령관 하인리히 힘러 등과 가졌던 회의내용 등이 400쪽에 걸쳐 상세히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기에는 나치 정권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히틀러의 최측근 루돌프 헤스가 1941년 강화를 맺을 목적으로 비행기를 몰고 영국으로 가면서 빚어진 지도부 내 갈등과 유럽 전역에서 자행된 각종 약탈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치즘 이론가로 알려진 로젠베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민족의 세계정복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유대인 대학살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인물로 나치의 외교정책국장을 지냈고 나치 신문 편집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특히 인종 문제 전문가였으며 유럽 전역에 퍼져 있는 유대인의 문화, 미술, 종교자산을 약탈하는 작업을 지휘했다.
로젠베르크는 1946년 뉘른베르크 국제전범재판에서 반(反)인륜 범죄로 기소돼 1946년 10월 처형됐다. 하지만 뉘른베르크 재판 당시 검사 측의 중요한 증거물이었던 그의 일기는 재판 후 감쪽같이 사라졌다. 당시 미국 정부는 재판의 검사였던 로베르트 켐프너가 미국으로 빼돌렸다고 의심했다. 독일 출신인 켐프너는 1930년대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2차대전 뒤 돌아와 전범재판 검사로 활동했다. 그러나 로젠베르크 일기는 1993년 켐프너가 93세로 사망한 후에도 여전히 발견되지 않았다.
미 워싱턴 홀로코스트기념박물관 측은 “이 자료는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포함해 나치시대를 연구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며 “세상에 이미 알려진 기록과는 다른 내용도 들어 있다”고 말했다. 미 이민국, 법무부, 홀로코스트박물관 관계자들은 이번 주 중 델라웨어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일기의 발견 경위와 내용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