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CIA요원 “오바마, 투명성 선서 안지켜 실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1일 03시 00분


美 NSA 개인정보 수집 폭로
“신변위험 감수… 아이슬란드 망명 원해” 美정부 수사 시작… 법정분쟁 번질듯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인터넷 사용 명세에 접근하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비밀 개인정보 수집 프로그램의 존재를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일간 가디언에 폭로한 제보자는 전 중앙정보국(CI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29·사진)으로 밝혀졌다.

그는 9일 두 매체와의 지면 및 동영상 인터뷰를 통해 신원을 공개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부의 투명성을 강조한 대통령 선서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폭로 이유를 밝혔다. 미 정부가 홍콩에 체류 중인 그에 대한 기밀 유출 혐의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이번 사건은 법정 분쟁으로 번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WP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서서히 커지는 정부의 감시 권력은 민주적 거버넌스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시작한) 감시 프로그램을 통제하지 않아 실망했다”며 “그는 조직을 지킨다는 이유로 공공연히 거짓말을 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당신이 폭로로 세상을 바꿨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세상은 이미 변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이제 어떻게 나쁜 일이 진행됐는지 알게 됐고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교 중퇴자인 스노든은 2003년 이라크전에 참전하기 위해 미군 특수부대원으로 입대했지만 훈련 도중 다리를 다쳐 전역했고 이후 NSA에서 전산 보안 관련 일을 시작했다. 2007년 스위스 제네바의 CIA 지부에서 전산 보안 담당 비밀요원으로 고용된 그는 2009년까지 CIA에서 일하면서 미 정부의 광범위한 감시 프로그램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NSA 하와이 지부의 하청을 받은 컨설팅업체 ‘부즈앨런해밀턴’ 등에서 일해 온 스노든은 “정보 유출로 인한 신변 위험을 알고 있지만 그게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전날 국가기밀을 유출한 폭로자에 대해 법무부에 정식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보를 기사화한 기자와 언론사도 문제를 삼을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스노든은 “잘못된 일을 폭로한 것에 대해 보복하겠다고 자국민을 위협하도록 놔두는 것은 공공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스노든은 WP와의 인터뷰에서 폭로 전문 웹사이트인 ‘위키리크스’에 비밀 외교 문서와 군사 정보 등을 넘긴 혐의로 기소돼 군사재판을 받고 있는 브래들리 매닝 미국 육군 일병 등 내부 고발자들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1급 기밀 몇 건을 공개한 자신은 중요도가 낮은 문건 70만여 건을 통째로 넘긴 매닝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콩에 머무르는 것에 대해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에 저항할 수 있는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WP는 중국 정부가 그를 미국으로 추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스노든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슬란드로 망명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당사자가 국내에 있어야 망명 신청서를 낼 수 있다”며 그가 홍콩에 머무는 한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미 공화당의 랜드 폴 상원의원(켄터키)은 9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개인 통화기록 등을 비밀 수집한 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시민 1000만 명의 참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매체들은 이번 사건이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추진하는 데이터 보호협정 체결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NSA#개인정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