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언론 인터뷰서 추가 폭로
“전세계 상대 6만1000개 이상 작전, 홍콩에 남아 법정투쟁 벌일 것”
미국의 개인정보 비밀 수집 및 감시 실태를 공개한 에드워드 스노든(29)이 최근 5년간 미 국가안보국(NSA)이 중국을 지속적으로 해킹한 사실을 추가로 폭로했다. 그동안 말을 아끼던 중국 언론도 미국의 해명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홍콩에 머무는 스노든은 1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NSA가 2009년부터 홍콩과 중국의 표적 웹사이트 수백 개에 대해 해킹을 해왔다”며 “이는 (홍콩과 중국의) 네트워크 중추를 해킹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개별 컴퓨터에 접근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SCMP에 NSA의 해킹 작전 관련 문서를 넘기면서 “NSA는 전 세계를 상대로 6만1000개 이상의 웹사이트에 대해 해킹 작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민간 부문을 도청하거나 감시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 위선을 벗겨내고 싶다”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공무원과 기업은 물론 홍콩중문대와 학생까지도 해킹 대상이었다. 홍콩중문대에는 홍콩인터넷센터(HKIX)와 위성원격탐지수신국이 있기 때문에 각종 정보가 집중된다. 문서에는 중국 내 해킹 표적도 명시돼 있었지만 신문은 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인민해방군과 관련한 정보는 없다는 스노든의 발언만 전했다. SCMP는 “홍콩 법률상 중국 정부나 홍콩의 안보 관련 정보를 취득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스노든이 누군가의 법률조언을 들은 뒤 군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노든의 추가 폭로로 그동안 “우리도 해킹 피해자”라며 미국의 ‘중국발 해킹’ 공세를 반박해왔던 중국의 주장이 일정 정도 사실로 인정받게 됐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앞서 10일 “NSA가 메릴랜드 주에 있는 해킹조직을 통해 15년간 중국의 핵심 정보를 확보해 왔다”며 “중국의 (해킹 피해) 주장은 맞는 말”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13일 1면에 “미국의 감시 프로그램이 중-미 관계를 시험대에 올려놨다”고 분석했다. 환추(環球)시보는 사설에서 “미국은 전 세계에 해명을 해야 할 빚을 졌다”며 “이 문제는 우리의 이익과 직접 관련돼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중국 언론들은 미국이 자국을 해킹했다고 보도하진 않고 전 세계를 상대로 감시활동을 벌였다고 전했다. 미국과 관계 개선을 추진 중인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스노든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홍콩에 남아 미국의 범죄인 송환 요청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추가 폭로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 중이며 홍콩에 나를 송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시민단체들은 15일 송환 반대 가두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은 12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스노든의 신병과 관련해 “홍콩의 법체계에 따를 것”이라고만 밝혔다.
전문가들은 홍콩이 송환을 결정하고 스노든이 이에 반발해 법적 소송을 하게 되면 수개월에서 수년간의 공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그가 홍콩 소재 유엔난민기구(UNHCR)에 난민 지위를 신청하면 송환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콩은 국제난민협약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망명자를 박해가 우려되는 국가로 추방하면 안 된다는 강제송환금지원칙(농르풀망·non-refoulement 원칙)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이먼 영 홍콩대 비교법·공법연구센터 소장은 “스노든은 방문 비자로 90일간 홍콩에 머물 수 있는데 이 기간에 난민 지위가 인정되면 다른 나라로 갈 수도 있고, 홍콩 정부는 이 문제에서 발을 뺄 수 있다”고 말했다.
스노든이 미국과 범죄인인도협약을 맺지 않은 나라로 망명하려 해도 해당국까지 도착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은 130여 편의 해외 직항 항로가 있지만 스노든이 망명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진 아이슬란드는 직항이 없다. 또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가 추천한 곳이자 본인도 망명을 시도 중인 에콰도르도 직항편이 없어 비행기를 갈아타다 검거될 수 있다. 따라서 임대료가 300만 홍콩달러(약 4억3794만 원)에 이르는 자가용 비행기를 빌려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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