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자살 장면 생중계 美폭스뉴스, 유족에게 피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9일 00시 00분


지난해 9월 미국 애리조나 주(州) 피닉스에서 벌어진 경찰과 차량 탈취 용의자의 추격전을 생중계하다 용의자의 자살 장면까지 내보낸 폭스뉴스가 소송을 당했다.

17일(이하 현지시각) ABC뉴스 등에 따르면, 용의자 조돈 로메로(32)의 이세들이 최근 폭스뉴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용의자의 세 자녀(9세, 13세, 15세)는 인터넷을 통해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을 본 뒤 수면 장애 등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왔다며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폭스뉴스는 지난해 9월 28일 차량을 훔쳐 달아나는 로메로와 경찰의 추격전을 헬리콥터로 취재하며 생중계했다.

시속 160km로 내달리던 로메로가 한 사막 지대에 차량을 세운 뒤 차량에서 내리자 카메라맨은 그의 모습을 클로즈업했다.

그런데 차량에서 내려 달려가던 로메로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권총을 꺼내들었다. 총구를 자신의 머리에 겨눈 그는 방아쇠를 잡아당겼고, 그대로 땅에 고꾸라졌다.

로메로의 갑작스러운 자살에 폭스뉴스 제작진은 황급히 광고를 내보냈지만, 이미 자살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여과 없이 나간 뒤였다.

해당 방송 화면은 유튜브 등을 통해 온라인상에서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당시 로메로의 자녀들은 학교에서 "이 지역에서 누가 자살했는데 인터넷에 그 영상이 있다더라"는 말을 듣고 집으로 와 해당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았다.

영상을 보던 로메로의 자녀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그들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충격 속에 깨달았다고.

변호인 측은 "이러한 정신적 충격은 그 정도가 엄청나며 장기간 이어진다"며 "오랜 시간 동안 정신적·심리적 치료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로메로의 자살 장면이 방영된 직후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셰퍼드 스미스는 사람의 실수로 야기된 끔찍한 사건이었다고 해명하며 공식 사과했다.

보통 방송사들은 이러한 범죄 장면을 생중계할 때 잔인한 장면을 걸러내기 위해 5초 정도 시차를 두고 화면을 내보낸다. 폭스뉴스 측은 당시 "진행자 셰퍼드 스미스가 자살 장면이 전파를 타기 전 이를 알아차리고 즉시 제작진에 생중계 중단을 지시했지만, 스태프의 실수로 문제의 장면을 걸러내지 못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폭스뉴스#추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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