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미국으로 사실상 망명한 중국의 시각장애 인권운동가 천광청(陳光誠) 씨가 24일 대만 방문 첫 공식 일정부터 중국을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천광청은 23일 대만에 도착해 19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천 씨는 이날 오후 ‘인권의 여행’이란 이름으로 가진 외신기자단과의 회견에서 “현재 중국 대륙의 많은 사람이 각종 원인으로 당국에 체포되고 있다”며 “이는 헌법이 부여한 공민의 기본권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천 씨는 중국의 인권 상황에 관심을 가질 것을 호소했다. 그는 또 “중국 국민 사이에 확산되는 자유와 인권에 대한 갈망은 궁극적으로 중국 내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를 종식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입법원(국회) 연설과 몇 차례 강연 등도 할 예정이어서 그의 활동이 양안 관계에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를 초청한 대만의 민간 인권단체 중국인권연맹의 양셴훙(楊憲宏) 이사장은 “이번 여행은 자유와 인권을 위한 여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인권연맹에 따르면 그는 다음 달 11일까지 대만에 머물면서 입법원에서 연설하고 정치인들을 두루 만나고 곳곳에서 강연을 하며 인권침해시설인 과거 군 교도소 등도 방문한다. 천 씨는 마잉주(馬英九) 총통과의 면담도 신청했지만 총통부 대변인은 이날 “두 사람이 만날 계획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대만 언론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체제 이후 양안 관계가 더욱 개선되는 상황에서 마 총통이 그를 만나는 것은 중국에 대한 도전으로 비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집권 국민당 소속인 왕진핑(王金平) 국회의장도 25일로 예정됐던 천 씨와의 면담을 취소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천 씨의 대만 방문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모든 중국 국민은 헌법상의 의무를 준수할 의무가 있으며 국가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3일 훙레이(洪磊) 대변인의 경고와 같은 맥락이다.
천 씨는 중국의 비인간적 산아제한 정책을 비판하다 투옥된 뒤 2010년부터 산둥(山東) 성의 자택에 연금됐다. 지난해 4월 극적으로 탈출해 베이징(北京)의 미국대사관에 들어간 뒤 유학 형식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 로스쿨에서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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