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글로벌 미디어기업들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앞다퉈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한때 경쟁적으로 덩치를 키운 뉴스코프그룹, 타임워너 등 글로벌 미디어기업들이 경기침체, 최고경영자(CEO)와 주주들의 성향 변화, 미디어 트렌드 변화에 따라 분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업무 일부를 분리해 매각에 나선 글로벌 미디어기업은 10여 개에 이른다.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프그룹은 29일 출판과 영화·케이블TV 2개 부문을 상장회사로 분리하기로 했다. 그룹은 휴대전화 도청 스캔들로 흔들리는 회사를 다잡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룹 내 1인자로 군림하고 있는 머독이 주주들의 쇄신 압박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타임워너는 3월 시사주간 타임 등을 발행하는 자회사 타임Inc를 올해 안에 분사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미디어공룡 비방디는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분리해 특화하기로 했다. 이코노미스트 등을 발행하는 피어슨도 교육사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할 계획이다. 이 밖에 케이블비전, 리버티글로벌, 맥그로힐, 톰슨로이터, 비아컴 등도 몸집 줄이기 등 경영 혁신에 나서고 있다.
미디어그룹의 분사 배경은 우선 종이매체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올 1월부터 오프라인 잡지를 포기했다. 신문광고가 줄어 뉴욕타임스(NYT)사도 보스턴글로브를 비롯한 지역 신문들을 차례로 처분하고 있다. 최근 세계신문협회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신문 발행부수는 2008년 이후 15% 줄어 4100만 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신문 광고수입은 42%나 떨어졌다.
‘묻지 마’ 인수합병이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경험도 깔려 있다. 타임워너는 2000년 AOL과 합병해 2년간 1000억 달러의 손실을 본 뒤 2009년 결별 수순을 밟았다. 이후 타임워너는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보다 각 부문의 전문화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2세대 경영인의 성향 변화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머독과 비아컴의 섬너 레드스톤 등 1세대 경영인은 ‘미디어 제국’의 영향력 확대에 힘썼다. 하지만 타임워너의 제프 뷰크스, CBS의 레슬리 문브스 등 2세대 경영인은 효율과 수익을 중시한다. 타임지 분리를 추진한 뷰크스는 “타임의 분할은 영화와 TV 제작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나 훌루 같은 새로운 강자에 대응하기 위해선 작은 조직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방송 출판 등 전통 매체는 넷플릭스 등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도전에 직면했다”며 “복잡한 지배구조에 싫증을 느껴 떠난 투자자들을 잡기 위해선 기민한 조직으로 콘텐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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