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과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가장 먼저 강조된 것은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다. 양국 정상은 이를 위해 정부 정당 국책연구소 등 다양한 채널의 전략적 소통을 포괄적이고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데 합의하고 그 구체적 방안을 공동성명 부속서에 담았다.
정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수교 20년을 맞은 한중관계의 향후 새로운 20년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데 가장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정상 간 상호 방문과 국제회의, 서한과 전보 교환, 특사 파견, 전화 통화를 통해 정상 간 소통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양국 정상 소통의 정례화까지 나아가기를 원했지만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급 외교안보협의체인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중국의 외교담당 국무위원 간 대화체 신설도 크게 주목된다.
김장수 실장과 양제츠(楊潔지)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카운터파트가 된다. 국가안보실장은 장관급이지만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부총리급이다. 양국이 ‘격(格)’보다 실질 협력에 무게중심을 뒀음을 알 수 있다.
양국은 또 외교장관 간 상호 방문의 정례화를 추진하고 핫라인을 가동해 전략적 사안에 대한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다. 외교차관 간 전략대화도 1년에 한 차례 개최하던 것을 두 차례로 확대하고 전략적 사안에 대한 논의를 심화하기로 했다. 외교안보 대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차관보급 이상의 외교 국방 분야 고위급 대화를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한미 간에 운영하는 외교-국방장관 간 ‘2+2’ 회담과 비슷한 형태를 띨 가능성이 있다. 한중 간 전략대화를 한미 간 대화 수준으로 끌어올려 나가겠다는 의지마저 엿보인다.
한중 양국이 전략대화 채널을 강화한 것은 2008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지만 이후 5년간 정치 외교 안보 분야에서 동북아 지역과 세계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없는 ‘무늬만 전략적 동반자’라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양자 및 지역 차원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차원으로 더욱 진전시켜 나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같이했다”고 적시한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과 세계 이슈에 대한 파트너십 강화로 업그레이드한 것과 비슷하다. 한국이 미국뿐 아니라 중국과도 글로벌 파트너로서 위상을 다지겠다는 의미다.
5월 예정이었으나 중국의 반대로 무기한 연기한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를 위해 한중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는 점을 명시한 것도 눈에 띈다. 이는 박근혜정부가 제시한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의 성공을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중 간 배타적경제수역(EEZ) 획정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이어도 문제에 대한 협상을 조속히 시작하기로 합의한 점도 주목된다. 공동성명에선 이어도라는 표현의 민감성을 고려해 ‘해양경계 획정 협상’으로 명시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