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단독 정상회담을 시작하자마자 5분여간 중국어로 인사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기자들에게 전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중국말로 해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중국어를 워낙 유창하게 해 시 주석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반색했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박 대통령은 중국의 오랜 친구다. 옛 친구를 만난 것 같다”며 환대했다. 두 사람은 2005년에 처음 만난 뒤 8년 만에 양국의 정상으로 다시 만났다.
공식 환영식에서 애국가와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이 연주될 당시 21발의 예포가 터졌다. 한국과 중국은 올해 수교를 맺은 지 21년이 된다. 두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앞으로 20년 한중 간 우호관계를 내실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상회담 뒤 첫 번째로 양국 청년대표단을 만난 것도 그래서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상회담이 양국의 신뢰를 확인하는 자리였다면 이 자리는 양국의 미래를 약속하는 자리”라며 “양국의 청소년들이 활발하게 교류하고 우의를 다져 나갈 수 있도록 열심히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민족 문화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점을 강조했다”며 “민족 교류, 문화 교류를 통해 우리는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의 슬로건이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이라는 뜻의 ‘심신지려(心信之旅)’인 이유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시 주석은 확대 정상회담에서 최치원 시의 한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괘석부창해 장풍만리통(掛席浮滄海 長風萬里通)이라는 시구가 있다. 풀어 말하면 ‘푸른 바다에 배를 띄우니 긴 바람이 만리를 통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간 우호관계가 오래 지속되고 더 긴밀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두 정상 간 국빈 만찬은 인민대회당에서 가장 크고 아름답다는 ‘금색대청(金色大廳)’에서 열렸다. 통상 국빈 만찬의 참석자 규모는 40명씩 80명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날 만찬의 참석자는 양국에서 70여 명씩 150여 명 규모에 달했다.
박 대통령이 중국 방문에서 각별히 신경을 쓴 문화 교류 키워드에 맞춰 만찬장에서는 별도의 문화공연도 진행됐다. 중국에서는 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을 노래하고, 조자룡이 등장하는 경극 일부를 선보였다.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출정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부른 노래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자룡은 박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자신의 첫사랑으로 꼽기도 했다. 중국 측은 박 대통령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좋아한 ‘고향의 봄’ 합창도 준비해 박 대통령에 대해 각별한 우애를 나타냈다.
중국 측은 두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장에도 태극기와 오성홍기를 각각 3개씩 6개를 세웠다. 윤 장관은 “통상 외국 정상 방문 시 양국 국기를 2개씩 4개를 세우는데 6개를 세운 것도 한국에 대한 예우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또 박 대통령이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했을 때 장예쑤이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을 내보내 영접하도록 했다. 당초 차관급인 류전민 외교부 아주 담당 부부장이 나올 예정이었으나 외교부 선임인 장 부부장을 내보낸 것이다.
중국이 박 대통령에게 제공한 차량은 중국 이치(一汽)자동차가 생산한 ‘훙치(紅旗)’를 의전용 방탄 승용차로 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는 올해부터 방중하는 외국 정상들에게 의전 차량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훙치 브랜드는 매우 유명하다. 과거 마오쩌둥(毛澤東)을 비롯해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등 역대 중국 정상들이 군을 사열할 때 탑승했던 차량으로 알려져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