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동성결혼 인권단체들에 “대법원 판결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신속하게 각 행정부처 소관의 관련법들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법무부는 판결이 내려지기 며칠 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파장을 평가해 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 연구기관의 통계를 인용해 전국에 65만여 쌍의 동성 부부가 있으며 이 가운데 14만4100쌍이 법적인 결혼 지위를 얻은 것으로 분석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13개 주와 워싱턴DC 등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지역에서 결혼한 동성 부부들은 이성(異性) 부부와 마찬가지로 1000여 가지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대표적으로 동성 부부간에도 돈과 부동산 등 재산을 이전할 수 있게 돼 이전처럼 거액의 상속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 이번 위헌 소송의 원고 이디스 윈저 씨(83·여)는 40년간 동거해온 시어 스파이어 씨가 2009년 사망한 직후 36만3000달러의 연방 상속세가 부과되자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또 합법적인 부부로서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동성 배우자가 사망한 뒤 남은 배우자는 유족 보상금 등을 받을 수 있다. 부부가 연방 소득세 등을 합산 신고할 수 있어 저소득층은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연방정부나 일반 기업 근로자들은 동성 배우자에게 자신의 건강보험 혜택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WP는 미국 국세청과 같은 행정기관들이 부부가 결혼한 주가 아니라 부부가 거주하는 지역을 기준으로 납세 여부 등을 결정하기 때문에 결혼한 주를 기준으로 결혼의 합법성을 인정받는 동성 부부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상당 기간 복잡한 법률 체제 정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WP는 27일자 1면에 ‘동성 결혼의 승리’라는 제목의 칼럼을 싣고 “사법부의 판결은 조심스럽게 동성결혼 운동에 역사적인 동력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비록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할지는 각 주의 판단에 맡겼지만 사법부가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사회적 추세를 막지 않을 것임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동성결혼을 지지해 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는 판결 직후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워싱턴 대법원 앞에서는 1000여 명의 동성결혼 지지자가 모여 환영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공화당 출신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실망했다. 각 주들이 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결합으로 정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팀 휠스캠프 하원의원(공화·캔자스)은 “연방결혼보호법을 복원시킬 수 있도록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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