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말소돼 사흘째 공항에 갇혀… 에콰도르 “망명 허용, 美교역도 고려”
AP “환승구역 뒤져도 흔적 못 찾아”
미국 백악관은 정보 당국의 기밀 정보 수집을 폭로하고 러시아 공항 환승구역에서 에콰도르 망명을 시도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신병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 당국과 논의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와 미국은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 이후 사법 공조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리카르도 파티뇨 에콰도르 외교장관은 이날 “스노든의 망명 허용을 검토하는 데 하루가 걸릴 수도 있고 2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에콰도르의 망명 허용 판단 기준에 대해 밝히기를 거부하면서 “에콰도르 정부는 미국과의 교역 관계에 가져올 악영향 등 모든 위험 요소를 감안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미의 또 다른 반미(反美) 국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스노든이 베네수엘라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한다면 거의 확실하게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노든은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공항 환승구역에서 사흘째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가 최근 그의 여권을 말소해 버리면서 그는 러시아로 입국하거나 제3국으로 이동할 항공권을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스노든이 환승구역에 있다고 확인한 뒤 전 세계 언론이 모여 공항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공항 르포 기사를 통해 전했다.
중국 국방부 양위쥔(楊宇軍) 대변인은 27일 월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을 통해 해당 국가(미국)의 진면목과 위선적 언행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양 대변인은 “정보 기술 우세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나라를 터무니없이 비난하는 이중 기준은 인터넷 공간의 평화와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공세를 취했다.
한편 미국에서 스노든을 애국자로 보는 여론이 남아 있지만 지지도는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6일 공개된 로이터통신과 입소스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32%가 스노든을 애국자라고 답해 배신자라는 응답 비율(25%)보다 높았다. 일주일 전의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애국자라는 의견은 4%포인트 줄어든 반면 배신자라는 답변은 2, 3%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스노든이 과거 인터넷 채팅 중에 쓴 글을 인용해 “그가 국가 기밀 유출자를 총살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다가 중앙정보국(CIA) 직원으로 일하면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의 개인 감시 프로그램을 계속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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