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 힘겨루기로 에드워드 스노든은 23일 이후 러시아 공항 환승구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스노든의 공항 체류가 길어지면서 1988년 8월부터 2006년 7월까지 18년간 프랑스 파리 드골공항에서 생활한 이란인 메흐란 카리미 나세리 씨(71)의 사례가 덩달아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유학을 마친 뒤 1976년 귀국한 나세리 씨는 이란 왕정 반대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추방당했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을 옮겨 다니던 그는 1986년 유엔난민기구(UNHCR)로부터 유럽의 어느 나라에도 머무를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어머니의 고향인 영국에서 살기로 마음먹은 그는 1988년 영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경유지인 파리에서 난민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가 든 가방을 잃어버려 공항에 발이 묶였다. 그는 드골공항 지하상가 약국과 옷가게 사이에 거주 공간을 마련하고 공항 생활을 시작했다.
노숙인 신분이었지만 나세리 씨는 자신만의 규칙을 세웠다. 승객이 몰리기 전 화장실에서 세수를 마치고 상가 직원들로부터 얻은 책과 신문을 정독했다. 식사는 직원들이 주는 햄버거 등으로 해결했다. 1999년 프랑스 정부가 망명자 신분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현실 감각을 잃은 그는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2006년 건강 문제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공항 생활을 청산했다. 나세리 씨의 이야기는 2004년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로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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