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돈 추문 끝내자”… 교황, 바티칸은행 개혁 칼 뽑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8일 03시 00분


돈세탁 의혹 조사 특별委 구성, 교황에 직보… 美로스쿨 교수도 참여

15세기에 지어진 요새를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바티칸 은행. 고위 성직자들은 경비병이 지키는 별도 출입문을 통해 들어가고 내부에는 10개의 은행 업무 창구와 지하 금고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출처 BBC
15세기에 지어진 요새를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바티칸 은행. 고위 성직자들은 경비병이 지키는 별도 출입문을 통해 들어가고 내부에는 10개의 은행 업무 창구와 지하 금고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출처 BBC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은행 개혁에 팔을 걷고 나섰다.

교황청이 운영하는 ‘바티칸 라디오’는 2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은행의 모든 활동을 조사하고 교황에게 직접 보고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 5명을 선정했다고 보도했다. 교황 직속의 이 위원회는 이탈리아 출신의 라파엘 파리나 추기경이 위원장을 맡고 프랑스 출신의 장루이 토랑 추기경 등 고위 성직자가 주로 포진했다. 미국 출신인 하버드대 로스쿨 메리 글렌던 교수도 포함됐다. 성직자 출신이 아닌 글렌던 교수가 위원으로 선정된 것은 바티칸 은행 개혁에 대한 교황의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글렌던 교수는 주바티칸 미국대사를 지낸 적이 있어 바티칸 내부 사정에 밝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원회는 바티칸 은행 업무 활동과 관련된 모든 문서와 자료를 열람하고 필요하면 외부 전문가를 데려와 같이 작업할 수도 있다. 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는 누구의 손도 거치지 않고 바로 교황에게 전달된다.

교황이 바티칸 은행 개혁에 칼을 든 것은 수십 년간 바티칸 은행을 둘러싼 돈과 관련된 추문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교황은 평소 교회가 청렴하고 정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종종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는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비유를 들며 성직자들이 돈과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바티칸 은행이 주권 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바티칸 시국(市國) 안에 있어 이탈리아 당국은 수사에 어려움이 많았다. 바티칸 은행은 시칠리아 마피아의 돈세탁 창구로 이용됐던 암브로시아노 은행이 1982년 파산할 당시 돈세탁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암브로시아노 은행의 최대 주주가 바티칸 은행이었기 때문이다.

2010년 이탈리아 검찰은 바티칸 은행이 자금의 소유주와 행선지를 감추는 방법으로 부패한 정치인과 마피아의 돈세탁을 돕고 있다는 혐의로 시중은행에 있는 바티칸 은행의 자금 2300만 유로(약 343억 원)를 동결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동결 조치는 2011년 6월에 풀렸지만 수사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황의 개혁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교황청 내 일부 기득권 집단과 그들과 연관된 부패 정치인, 마피아의 강력한 저항에 부닥칠 수 있다는 것. 바티칸 은행 개혁을 주장했던 요한 바오로 1세 전 교황은 즉위 33일 만인 1978년 9월 28일 사망해 현재까지도 많은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교황청은 당시 사망 원인을 심근경색이라 발표했지만 개혁정책에 불만을 품은 마피아와 연관된 교회 내 세력에 의해 암살됐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바티칸 은행은 주로 신자들의 기부금과 성직자들의 급료를 관리한다. 대출은 하지 않지만 예금은 할 수 있고 송금 및 투자 업무도 한다. 보통 자산의 5%로 주식이나 채권 투자를 해 수익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바티칸은행#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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