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망명 받지 말라” 에콰도르 대통령에게 바이든 美부통령 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일 03시 00분


獨 슈피겔 “NSA, EU본부도 감청”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자료에 미 국가정보국(NSA)이 워싱턴의 유럽연합(EU) 사무실은 물론이고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까지 감청한 것으로 드러나 ‘도청 파문’이 미국과 EU 사이에 미묘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U는 즉각 해명을 요구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지난달 29일 스노든이 입수해 폭로한 미 행정부 내부 문건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슈피겔은 2010년 만들어져 ‘일급기밀’로 분류된 이 문건에는 NSA가 EU 사무실들을 ‘위치 표적’으로 표시하고 사무실 빌딩 내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거나 전산망에 침투했다고 전했다.

NSA는 이 같은 방법으로 워싱턴DC의 EU 사무실 빌딩과 뉴욕 유엔본부 주재 EU 대표부 사무실에서 진행되는 회의 내용을 엿듣고 e메일과 내부 문서도 들여다본 것으로 추정된다. NSA는 미국 내는 물론이고 브뤼셀의 EU 본부 건물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도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EU 집행위는 “미국 당국에 즉각 도청의혹 보도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28일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스노든의 망명 신청을 거절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레아 대통령은 다음 날 TV 연설을 통해 “(바이든 부통령과) 친근하고 따뜻한 대화를 나눴다”며 이같이 밝혔지만 “판단은 우리가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아 대통령은 “스노든이 에콰도르 영토나 대사관에 들어오기 전에는 그의 망명 요청을 검토할 수 없으며 스노든의 운명은 러시아 정부의 손 안에 있다”고 말했다.

NSA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국의 비밀 해외정보감시법원(FISC) 판사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FISC의 최고판사를 지낸 워싱턴 콜린 콜라코텔리 지방법원 판사는 지난달 2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성명서에서 “(스노든이 폭로한 문건은)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 있고 부정확하다”고 주장했다. 콜라코텔리 판사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FISC의 최고판사로 재직하는 동안 NSA가 고안한 인터넷 데이터 수집 및 전화 감청 프로그램을 협조적으로 승인했다는 문건에 대해 “내가 한 일은 ‘협조’가 아니라 ‘판결’이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스노든#에콰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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