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대사관도 도청”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일 03시 00분


英 가디언 “38개국 주미공관 정보 수집”
스노든 문건 추가폭로… 美 “사실 파악”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유럽연합(EU) 공관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38개 우방국의 주미 대사관과 외교공관을 조직적으로 도청했다는 추가 폭로가 나오면서 외교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에게서 입수한 비밀문건을 추가 폭로하며 “2010년 9월에 작성된 문건은 38개국 대사관과 재외공관을 ‘목표물’로 열거했다”고 보도했다. EU 재외공관과 영국 그리스 대사관을 비롯해 한국 일본 멕시코 인도 터키 등 동맹국 공관이 포함됐다. ‘페르피도’(EU) ‘플랙풋과 워배시’(프랑스) ‘브루노’(이탈리아) 등 나라별 작전명도 공개됐다.

NSA는 공관이 사용하는 전자통신 기기나 케이블에 도청기를 부착하거나 안테나를 설치했다. 2007년에 작성된 NSA 문건에는 ‘워싱턴 EU 대사관의 크립토팩스에 장치를 심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가디언은 “EU 대사관 도청 목적은 국제적인 의제에 대한 EU 소속 국가 간 갈등이나 불화와 관련한 정보 수집”이라고 전했다.

문건에 이름이 오른 국가들은 미국에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1일 “외신에서 보도된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확인한 뒤 적절한 외교경로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비네 로이트호이서슈나렌베르거 독일 법무장관은 “냉전 시절 적대국에 대한 행위를 연상시킨다”라고 비판했다.

한국대사관 도청 의혹과 관련해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9·11테러 이후 테러 방지를 위해 어느 누구라도 도청할 수 있다는 것이 워싱턴 외교가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 연방법원이 범죄수사를 목적으로 허가한 감청은 1354건으로 전년(792건)보다 71% 늘어났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미국은 진화에 나섰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브루나이를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를 만나 “정확하게 사실 관계를 파악하겠다. 내가 아는 한 (도청은) 특이한 사항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1, 2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가스수출국 포럼’ 정상회의에 참석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스노든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며, 마두로 대통령이 전용기로 스노든을 데려갈 수도 있다고 1일 전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조숭호 기자 kyle@donga.com

[채널A 영상]우리 대사관도 당했다…‘美 정보수집’ 외교갈등으로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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