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한류(韓流) 부활을 위해 방송, 출판, 콘텐츠 배급 등 한류 관련 비즈니스를 해온 일본 기업 30여 곳이 ‘한류 10주년 실행위원회’를 결성했다. 실행위원회는 홈페이지(hanryu10.jp)를 만들어 일본에서 방영된 역대 최고의 한국 드라마를 뽑는 ‘한국 드라마 대상’ 투표를 지난달 22일부터 실시하고 있다. 가을에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대규모 시상 행사도 기획 중이다. 실행위원회에 합류하는 기업도 속속 늘어 2일 현재 36곳이 참가하고 있다. 평소 경쟁 관계이던 한류 관련 일본 기업들이 뭉친 것은 그만큼 위기감이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최근 도쿄의 사무실에서 만난 요코타 히로시(橫田博) 한류 10주년 실행위원장(사진)은 “‘사랑비’ 등 신작 드라마를 내놓아도 매출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최근 상황을 전했다. 요코타 위원장은 한류 콘텐츠 전문배급사인 SPO의 마케팅본부장으로 최근 10년간 한류 드라마를 매달 1편 이상씩 사들여 지금까지 150편 이상을 방송국과 비디오 대여점에 배급했다. 한류 영화도 100편 이상 사들였다.
―한류 10주년 실행위원회 결성 배경은….
“한류 비즈니스를 해온 최근 10년간 산이 있을 때도, 계곡이 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이후 최근까지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양국 간 정치적 갈등도 있지만 10년쯤 지나니 팬들이 싫증을 내는 측면도 있다. 신선미가 떨어진 것이다. 이는 어떤 한 회사가 대응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한류 비즈니스 관련 회사들이 모두 힘을 합쳐 부흥에 나서지 않으면 시장이 줄어들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됐다. 공동 대응 필요성을 제기하자 많은 회사가 호응해 왔다. 한류 비즈니스를 활성화해 한일 우호의 디딤돌로 삼고 싶다.”
―한류 영화와 드라마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한류 영화는 규모 면에서 할리우드 영화에 버금간다. 출연 배우들도 힘이 있다. 한류 드라마는 일본 드라마에 비해 각본이 좋다. 다음 편을 보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중독성이 있다. 극 전개의 우수성은 세계 1위일 것이다. 배우들의 경쟁력도 높다. 연기도 잘하고 예의도 바르고 인간적으로 매력이 많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도 전문가답다. 전체적으로 수준이 매우 높다. 특히 여성 팬에게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10년 후 한류 전망은….
“희망을 섞어 이야기하자면 지금까지의 10년과 달리 확실한 장르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시장은 한정돼 있지만 충성도가 높은 팬이 있는 애니메이션 장르가 모델이 될 수 있다. 요즘 한류 팬이라고 하면 곱지 않은 눈으로 쳐다보는 시각이 있는데 그런 분위기를 바꿔 나가며 팬과 함께 한류 비즈니스를 해나갈 것이다. TV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일상생활을 그린 작품이 많다. 이를 통해 한국인의 보통 생활이나 정서가 일본인과 같다는 점을 알게 된다. 같이 웃고 울면서 자연히 한국인을 좋아하게 된다. 나는 드라마를 통해 한일 간의 정치적 갈등도 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민은 어느 쪽이든 사는 게 비슷하다. TV 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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