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갈라진 이집트… ‘너 죽고 나 살자’ 사생결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8일 03시 00분


혼돈의 카이로 김영식기자 2信
혼돈의 카이로 김영식기자 2信
쫓고 쫓기고…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 지지자들이 5일 오후 ‘피의 금요일’ 충돌이 일어나기 직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으로 향하고 있다(왼쪽 사진). 일부 시위자는 각목 등을 들고 있었다. 오른쪽 사진은 6일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무르시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국기를 흔드는 모습. 카이로=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쫓고 쫓기고…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 지지자들이 5일 오후 ‘피의 금요일’ 충돌이 일어나기 직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으로 향하고 있다(왼쪽 사진). 일부 시위자는 각목 등을 들고 있었다. 오른쪽 사진은 6일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무르시 전 대통령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국기를 흔드는 모습. 카이로=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이집트 전국에서 사상자가 속출한 ‘피의 금요일’이 힘겹게 지났지만 더 큰 폭풍이 다가오고 있다. 7일 오후(현지 시간)로 예정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파와 반대파의 대규모 집회 예고로 이집트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이에 앞서 5일 밤 카이로 시내 중심 타흐리르 광장으로 연결되는 ‘10월 6일 다리’에서 벌어진 양측의 총격전을 비롯해 이집트 전역에서는 6일 새벽까지 이틀간 최소 36명이 숨지고 1130여 명이 다쳤다. 특히 제2 도시인 알렉산드리아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외신은 6일 야권 지도자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71)이 임시정부 총리로 지명됐다고 보도했으나 아들리 만수르 임시 대통령의 대변인은 “아직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 ‘이집트인의 이집트인에 대한 투쟁’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 직후부터 둘로 갈라진 이집트는 ‘이집트인의 이집트인에 대한 투쟁’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두 세력의 충돌은 사생결단 그 자체였다.

무르시 집권 아래 경제가 더 엉망이 됐다는 가멜 아흐메드 씨(25)는 “무르시 지지자들이 물러나고 이집트가 안정되는 날까지 끝까지 싸워서 타흐리르 광장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살레마 도하이 씨(65)는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을 집중 비난했다. 봉제업을 한다는 그는 “무르시와 무슬림형제단이 도대체 한 일이 뭐냐”며 “이제 무르시가 물러났으니 이집트를 더 좋은 나라로 만들고 싶다. 미국도 간섭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무르시 지지자들은 군과 경찰을 비난했다. 변호사 무함마드 압둘라지크 씨(46)는 “압둘 파타 알시시는 배신자다. 군(軍)이 우리의 말을 들을 때까지 끝까지 시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격렬했던 ‘피의 금요일’


5일 오후 7시 30분경. 타흐리르 광장과 연결된 ‘까스르알닐 다리’ 입구. 이집트 군은 장갑차를 앞세우고 광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몸을 수색했다. 그러다 갑자기 군인 20여 명이 남쪽으로 약 1km 떨어진 ‘10월 6일 다리’ 쪽으로 이동했다. 얼마 안 돼 그쪽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하늘에선 아파치 헬기가 저공비행으로 선회하면서 굉음을 냈다. 장갑차 뒤쪽에서 사태를 지켜보던 무르시 반대파 사람들이 동요했다. 이때부터 6일 새벽까지 시내 곳곳에선 총소리와 폭죽 소리와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가 이어졌다.

‘10월 6일 다리’ 위에 있던 자동차는 불에 탔다. 일부에서는 무르시 지지파가 못과 유리조각으로 채운 폭죽을 사제폭탄으로 사용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마흐무드 자이드 씨(37)는 “무르시 지지자들이 쏜 산탄이 내 팔을 스쳤다. 그들이 집에서 만든 사제폭탄을 터뜨려 많은 사람이 다쳤다”고 말했다.

7일 새벽에는 요르단과 연결된 시나이 반도의 천연가스관이 이슬람 과격 무장 세력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아 폭발해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불탔다.

양측의 대결이 언제 진정될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 시민은 이슬람교 금식 성월(聖月)인 라마단이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올해는 10일 시작해 30일간 진행된다. 이 기간 무슬림은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물 한 방울도 먹지 않고 기도하며 보내기 때문에 시위가 잦아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2002년 두 달간 한국 삼성의료원에서 연수를 했다는 카이로대 병원 경영책임자 히셈 아흐메드 씨는 “라마단이 돼도 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몰아낼 때는 200만 명의 힘이었지만 지금은 2000만 명의 힘이 모여 무르시를 몰아낸 것”이라며 “지금의 정치 구도가 바로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이집트#카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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