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리 만수르 이집트 임시정부 대통령은 8일 정국을 안정시키기 위해 4개월 반 내에 헌법을 개정하는 내용의 정치 정상화 일정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집트군이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에게 발포한 후유증이 커서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발표된 일정에 따르면 임시정부는 중지된 기존 헌법을 개헌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4개월 반 안에 시행하고 6개월 안에 총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대통령선거는 그 이후 치러진다. 이 일정을 준비하기 위해 15일 내에 새로운 헌법개정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새로운 의회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만수르 임시정부 대통령이 입법권을 보유하며 임시내각과 협의해 법률을 제정한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은 현 임시정부와 군부에 대한 공세적인 대응을 예고했다. 이집트 이슬람기구는 “이집트가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고 경고했고, 무슬림형제단은 전국적인 시민 봉기를 촉구했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의 지도자 중 한 명인 에삼 알이리안은 “나라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릴 것”이라며 만수르 임시 대통령이 발표한 정치 정상화 일정을 거절했다. 이날 예상됐던 임시정부 총리 지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보건부 대변인은 9일 이집트군의 발포로 51명이 사망했고 43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8일 무르시 지지 시위대에 발포한 이집트 군부에 자제를 요구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집트 과도 내각에 자제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카니 대변인은 “이집트에 대한 연간 15억 달러의 군사 및 경제 원조 제공을 당장 중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군부가 무르시를 축출한 것을 쿠데타로 규정할지 여전히 검토 중”이라며 “미국은 어느 편도 들지 않으며 민주적 절차가 진행되기만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군의 8일 발포를 두고 임시정부 측과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자 간의 심리전도 본격화되고 있다. 아흐마드 무함마드 알리 이집트군 대변인은 8일 기자회견에서 “시위대가 투석전을 벌이고 화염병을 던진 데 이어 총격전을 가해와 대응한 것”이라며 “무르시 지지파가 이번에 숨진 어린이 사진이라고 올린 것은 3월 시리아에서 숨진 어린이의 사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일 데민 일사히르(의료보험) 병원에서 만난 아흐마드 압둘메넴 씨(33)는 당시 상황에 대해 “대부분이 엎드려 기도할 때 군인들이 총격을 가했다. 그래서 총탄도 대부분 등에서 복부를 관통한 것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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