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안정돼야 왕정유지에 도움” 돈 푸는 주변국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1일 03시 00분


혼돈의 카이로, 김영식기자 5信

아들리 만수르 이집트 임시정부 대통령은 9일 하짐 알베블라위 전 재무장관(77)을 총리로 지명했다. 총리 후보로 거론되던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외교 업무를 담당하는 부통령이 됐다.

이집트 과도정부가 경제학자이며 자유시장 옹호론자인 알베블라위 전 재무장관을 발탁한 것은 헌법 개정 및 조기 대선이라는 정치 정상화 과정에서의 정책 초점을 정치적 갈등에서 벗어나 경제 문제 해결에 맞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무슬림형제단이 세운 자유정의당 엣삼 엘에리안 부총재는 10일 “임시정부가 발표한 정치 정상화 일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임시정부의 정치 정상화 구상 실현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대목이다.

이집트 정세의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중동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조짐을 보이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은 총 120억 달러(약 13조6260억 원)의 지원 의사를 밝혔다. 무슬림형제단의 정계 진출 등 이슬람의 정치세력화가 자국의 왕정 유지와 지역 안정을 위태롭게 만들 것으로 우려해 왔던 국가들이 통 큰 지원에 나선 것.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을 환영했던 사우디 정부는 10억 달러는 무상으로 지원하고, 20억 달러는 이집트 중앙은행에 무이자 차관 형식으로, 나머지 20억 달러는 석유 등 현물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도 각각 40억 달러, 30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김영소 주이집트 대사는 “군부의 개입으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쇠퇴하는 모습을 본 사우디 등 주변국은 이집트의 안정이 자국의 왕정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이집트가 중동 국가들의 영향력 확대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와 대결 구도를 형성했던 카타르는 무르시 정권 집권 1년간 80억 달러를 지원했지만 무르시 전 대통령이 축출된 뒤 이집트 군부를 비난해왔다.

한편 무슬림형제단과 연계한 반군이 시나이 반도에 몰려들고 있으며 이들이 2011년 이후 시나이 반도 일대를 점령한 지하디스트와 합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카이로=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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