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상원 부의장이 이탈리아 최초의 흑인 장관에 대해 "오랑우탄 같다"라고 표현해 구설에 올랐다.
이탈리아 상원 부의장이자 우파정당 북부동맹의 지도급 위치에 있는 로베르토 칼데롤리 상원의원은 13일(현지시간) 트레비질리오에서 열린 정치행사에서 "모두가 알겠지만, 나는 곰이나 늑대 등 동물들을 사랑한다"라고 운을 뗀 뒤 "키엥게 장관의 사진을 봤을 때 오랑우탄을 떠올렸다. 물론 키엥게가 오랑우탄이라는 말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이어 칼데롤리 의원은 "키엥게의 성공으로 인해 불법 이민자들이 이탈리아 행을 원하게 됐다"라며 "키엥게는 '자신의 나라'에서 장관이 되어야만 했다"라고 덧붙였다.
세실 키엥게 장관(48)은 콩고 태생의 이탈리아 국적자로, 지난 4월말 이탈리아 역사상 첫 흑인 장관이 됐다. 키엥게 장관은 평소 "아프리카로부터 더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해왔다.
키엥게 장관을 발탁한 엔리코 레타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칼데롤리의 발언을 용인할 수 없다. 그는 한계를 넘었다"라며 "세실 키엥게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낸다"라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북부동맹 소속 의원들 또한 칼데롤리의 발언에 대해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잔피에로 달리아 공공행정장관도 "칼데롤리는 미국의 극우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와 같은 말을 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칼데롤리 부의장은 "정치행사 과정에서 이뤄진 말이다. 키엥게를 모욕할 의도는 아니었다. 기분나빴다면 사과하겠다"라면서도 "농담 때문에 부의장직을 사임할 생각은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키엥게 장관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원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써 말을 할 때 자신을 어떻게 드러낼지 생각해야한다"라고 말했다.
키엥게 장관은 18세 였던 1983년, 이탈리아로 유학길에 올라 안과의사가 됐다. 이탈리아인 남편과의 사이에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이탈리아의 일부 극우 세력들은 키엥게 장관에 대해 '줄루족', '콩고의 원숭이'라고 부르는 등 인종차별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부연맹 소속 한 정치인은 아프리카인에 의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누군가 키엥게 장관을 성폭해해야한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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