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10대 소년 트레이번 마틴을 총격 살해하고 정당방위로 무죄 판결을 받은 조지 지머먼과 대조되는 흑인 여성의 사례가 알려져 인종에 따라 법 적용이 달라진다는 비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주인공은 흑인 여성 머리사 알렉산더(32). 세 아이의 엄마인 그는 2010년 8월 집에서 상습폭력범이던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던 중 남편이 폭언을 하면서 화장실에서 못 나가게 막자 총을 갖고 와 벽과 천장을 쐈다.
지머먼처럼 플로리다 주 시민인 알렉산더는 남편이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둘러 당시 위협사격이 불가피했다면서 정당방위법 적용을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장은 ‘신체에 극심한 위해가 가해질 상황이 아니다’라며 요청을 기각했다.
2005년 플로리다 주에서 처음 도입된 정당방위법은 상대로부터 심리적 위협을 느끼는 경우에도 총기 등 살상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알렉산더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더욱이 알렉산더에게는 ‘자신에게 총을 겨눴다’는 남편의 증언에 따라 ‘살인무기를 사용한 가중 폭행’이라는 중범죄 혐의가 적용돼 20년형을 받았다.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는 17일 잭슨빌의 한 교회 연설에서 알렉산더의 사건을 소개하면서 알렉산더와 지머먼 사건은 법의 부당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하고 시민들에게 항의 행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잭슨 목사는 16일 알렉산더를 면회하고 난 후 한 지역 언론 플로리다타임스유니언(FTU)과의 인터뷰에서는 “아무도 살해한 적이 없는 여인은 20년형을 살고 누군가를 죽인 남자는 자유의 몸으로 걸어 나왔다. 둘 사이의 간격이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한편 흑인계 인사와 진보단체 인권운동가들은 20일 미국 100여 개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혀 지머먼 무죄 판결에 따른 여파는 이번 주말에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필라델피아 뉴욕의 연방법원 건물 앞에 모여 연방정부가 직접 나서 지머먼을 기소하도록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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