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조지 지머먼의 무죄 판결의 근거였던 정당방위법에 대한 본격적인 재검토에 착수한다.
딕 더빈 상원 법사위원회 헌법·시민권·인권소위원회 위원장은 19일 “정당방위법에 대해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며 “여름 휴회가 끝나고 의회가 열리는 9월에 청문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특히 이 법의 입안과정에서 미국총기협회(NRA), 미국입법교류협회(ALEC) 등 보수단체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또 이 법이 정당방위의 법적 개념을 어떻게 변화시켰으며 불필요한 총격 상황 유발 여부와 민권 침해적 요소도 알아볼 것이라고 더빈 의원은 밝혔다.
2005년 플로리다 주에서 처음 도입된 정당방위법은 심리적 위협만으로도 총기 등 살상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현재 31개 주가 채택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정당방위법을 더욱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개정 필요성을 지적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도 “정당방위법은 치안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지머먼 판결 1주일 뒤인 20일 뉴욕 워싱턴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 미 전역 100여 개 도시에서 이번 판결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지만 폭력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시위대는 주로 법원과 경찰 건물 주변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트레이번에게 정의를’이라고 명명된 이번 시위는 흑인 인권운동가 앨 샤프턴 목사가 이끄는 인권단체 내셔널액션네트워크(NAN)가 주도했다. 뉴욕 경찰본부에 모인 시민 2000여 명은 ‘다음은 누구 차례인가’ ‘사랑해요 마틴’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 행진을 벌였다. 뉴욕 집회에 참석한 마틴의 모친 서브리너 풀턴 씨는 “오늘은 내 아들의 일이었지만 내일 여러분의 자식도 똑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샤프턴 목사는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정당방위법 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에는 흑인 팝스타 부부 제이지와 비욘세도 동참했다.
마이애미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한 마틴의 부친 트레이시 마틴 씨는 “지머먼 무죄 판결 후 재판을 받은 건 지머먼이 아니라 내 아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내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아들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 청사 앞 광장에 모인 시위대는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테네시 주 내슈빌, 노스캐롤라이나 주 애슈빌, 델라웨어 주 윌밍턴 등에서도 50∼100명씩 모여 시위를 벌였다.
할리우드 유명 흑인 배우들의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영화 ‘레이’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제이미 폭스는 19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축제 ‘코믹콘’에서 “지머먼 무죄 판결이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흑인 배우 새뮤얼 잭슨도 이날 행사에서 “지머먼의 무죄 판결에 반발하는 시민들의 시위에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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