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뒤집은 성추문 얼마됐다고… 정치판 돌아온 뻔뻔男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4일 03시 00분


성추문으로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각국의 유명 인사들이 파문이 가시기도 전에 속속 복귀를 시도해 논란이 거세다.

2011년 5월 미국 뉴욕에서 자신이 머물던 호텔의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직을 내놔야 했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64)은 17일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로스네프티의 은행 계열사인 ‘러시아 지역개발은행(RDB)’의 감독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스트로스칸은 당시 미국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공소가 취소됐지만 프랑스 사회당의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그에게는 큰 정치적 타격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말 칸 영화제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행보를 넓히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는 두 명의 성추문 관련 정치인이 11월에 있을 시장 및 감사관 선거에 도전하고 있다. 7선의 앤서니 위너 전 연방 하원의원(민주)은 2011년 6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가운데 부분이 불룩 솟은 사각팬티를 입은 자신의 외설적인 사진을 한 여대생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져 의원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위너는 5월 돌연 뉴욕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사람들은 그의 정계 복귀를 비웃었지만 젊은 시절 방송인을 꿈꿀 정도로 뛰어난 언변을 지닌 위너는 차근차근 표밭을 다지며 지지율을 1위로 끌어올렸다. 뉴욕은 전통적인 민주당의 텃밭 지역이어서 9월 당내 경선에서 이기면 시장 당선이 확실시된다.

이달 8일에는 엘리엇 스피처 전 뉴욕 주지사(민주)가 시장, 부시장에 이어 뉴욕시 서열 3위인 감사관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시 검찰총장을 지내며 대형 금융회사의 비리를 여럿 적발해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스피처는 청렴하고 강직한 이미지, 하버드대와 프린스턴대 졸업이라는 화려한 학력을 앞세워 민주당 대권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뉴욕의 최고급 성매매 업소에서 시간당 1000달러(약 115만 원)를 지불하고 고급 콜걸을 부른 사실이 폭로되자 주지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2년 11월 자신의 전기를 쓴 유부녀 작가와의 불륜이 밝혀져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직에서 사퇴했던 ‘이라크전 영웅’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도 불과 반년 만인 5월 유명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임원이 됐고 몇몇 대학에 출강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추문으로 물러난 정치인들의 잇따른 복귀 움직임에 대해 유권자들이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윤리의식과 도덕성의 기준이 애초부터 낮은 것도 한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USA투데이의 마이클 월프 칼럼니스트는 “성추문 정치인의 빠른 복귀를 비판하지 않고 화제 기사로만 취급하는 언론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성추문#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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