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까지 셰일가스 혁명… 에너지 독립 부푼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5일 03시 00분


■ 가디언 “뉴그레이트게임 시대 도래”
EU, 수압파쇄 방식 허용… 물꼬 터 英-獨 세제혜택 등 적극 지원 나서
러, 독점 천연가스 영향력 상실 우려, 중동산유국도 오일 달러 유지 촉각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이 유럽 대륙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동 석유에 목을 매던 미국과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에 의존하던 유럽이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인 셰일가스로 ‘에너지 독립의 꿈과 희망’에 부풀어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셰일가스 혁명’을 베를린 장벽 붕괴, 중국의 부상에 맞먹는 세계 정치의 격변을 가져올 ‘뉴 그레이트 게임(New Great Game)’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층(셰일층)에 묻혀 있는 천연가스인 셰일가스는 이미 1800년대에 발견됐으나 채굴의 어려움으로 경제성이 없어 최근까지 방치됐다. 그러나 미국이 지하에 물과 화학물질을 주입해 셰일층 암석을 분쇄하는 방식으로 가스를 추출하는 ‘수압파쇄(fracking)’ 방식으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이 2020년 전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산유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성공에 자극받아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연합(EU)도 적극적으로 셰일가스 개발에 나섰다. EU는 16일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EU 환경장관회의에서 지하수 오염 등 환경 파괴 논란을 빚는 수압파쇄 방식의 셰일가스 개발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귄터 외팅거 EU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셰일가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의 아르노 몽트부르 산업장관은 최근 “국내 매장량의 20%만 개발해도 2020년까지 1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며 “셰일가스를 시추하는 국영회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14일 셰일가스 개발 규제방침을 확인했지만 정치권의 셰일가스 개발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은 더욱 적극적이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19일 “영국이 셰일가스 혁명의 리더가 되길 원한다”며 “셰일가스 개발 투자에 대해서는 북해에서 석유·가스를 개발하는 기업에 적용했던 소득세율 62%보다 낮은 30%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이를 통해 내년 셰일가스 생산을 위한 투자가 140억 파운드(약 24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페인과 폴란드는 셰일가스가 경제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가 돼주길 기대하고 있다. 독일 정부도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을 선언한 이후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함께 셰일가스 탐사를 적극 추진 중이다.

이러한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독립’ 움직임에 중동 산유국과 러시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이 중동 석유에 의존하는 에너지 전략이 바뀌면서 이라크전 이후 중동 지역에 개입하길 꺼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니컬러스 레드먼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중동산 원유에서 독립하면 걸프 왕국 지도자들의 안정적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며 “그러나 중동을 중국과 인도에 내줄 수는 없기 때문에 미국의 관심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셰일가스 혁명에서 가장 큰 패자(敗者)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유럽의 천연가스 독점 공급자로서 횡포를 부려왔다. 2006년, 2009년에는 장기계약 협상과정에서 추운 겨울에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가스관을 끊기도 했다. 그런데 유럽이 미국산 셰일가스, 중동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고 자체 셰일가스 개발도 추진하면서 러시아는 천연가스 가격을 20% 이상 낮추며 저자세로 돌아섰다. 푸틴의 권력기반인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시장가치는 2008년 3670억 달러에서 5년 만인 올해 21.3%(약 780억 달러)로 추락했다.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지는 “지금 러시아에 유령이 떠돌고 있다. 셰일가스 유령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령을 쫓아내기 위해 환경단체부터 올리가르히(옛 소련 붕괴 이후의 신흥재벌), 크렘린 스파이까지 총동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셰일가스 혁명이 성공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은 유럽에서는 셰일가스 매장 지역이 인구 밀집 지역과 겹쳐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올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또 유럽은 석유개발 기반시설이 미국보다 적고 지질조사도 덜 되어 있다. 환경오염 규제가 더 복잡해 비용이 좀 더 많이 든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셰일가스#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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