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분자생물학자가 논문을 조작한 사건이 밝혀져 일본 열도가 떠들썩하다. 16년에 걸쳐 책임 교수뿐 아니라 아래 연구원까지 한꺼번에 논문 조작에 가담해 충격을 주고 있다. 40여 편의 논문은 줄줄이 철회될 예정이다. ‘일본판 황우석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2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쿄대 조사위원회는 세계적 분자생물학자인 가토 시게아키(加藤茂明·54·사진) 전 도쿄대 교수 연구팀의 논문 중 상당수가 조작 및 날조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위는 지난해 1월 ‘데이터 가공 의혹이 있다’는 외부의 지적을 받고 가토 교수 연구팀이 1996∼2011년 동안 발표한 165편의 논문을 조사했다. 그 결과 뼈 조직 실험 화상에 호르몬 조직 실험 화상을 합성하는 등의 조작이 대거 발견됐다. 일부 화상은 조작을 위해 삭제하기도 했다. 조사위는 43편의 논문을 철회하고 그중 10편에 대해선 정정을 명령하기로 결정했다. 가토 전 교수도 문제를 시인하고 논문 철회를 받아들였다.
가토 전 교수는 데이터 확인과 화상작업을 연구원에게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는 “가토 전 교수가 직접 화상작업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도쿄대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떨어뜨렸고 젊은 연구원의 장래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가토 전 교수의 관리 책임을 물은 것이다.
지난해 1월 조사위가 논문 조작 여부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자 가토 교수는 “감독 책임을 인정한다”며 두 달 뒤 사표를 제출했다. 1년 반 뒤 조작 의혹은 사실로 판명됐다. 조사위는 추가 검정을 거친 후 최종 결과를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 경우 가토 교수 연구팀은 문부과학성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연구비의 일부 혹은 전부를 반환해야 한다.
가토 전 교수는 일본을 대표하는 분자생물학자로 유명 잡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해왔다. 일부 연구에서는 정부로부터 20억 엔(약 223억 원) 이상의 공적 연구비를 받기도 했다. 조작됐다고 조사된 논문에는 20명 이상의 연구자가 참여했다. 이 때문에 해당 논문을 통해 박사학위를 받은 학생은 학위가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가토 전 교수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직접 화상작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부정이 있었던 것은 틀림이 없다. (화상작업을 한) 연구실 멤버를 믿은 게 문제였다. 나의 감독 책임이 크다. 지적된 논문은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학계에서는 논문 조작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2005년 오사카대 연구팀이 의학 논문의 실험 영상 데이터를 조작해 문제가 됐다. 2012년에는 도호(東邦)대 전 부교수가 20년에 걸쳐 발표한 논문 약 170편이 날조로 판명되기도 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지속되는 논문 조작에 대해 논문 수와 논문 영향력이 대학교수직을 얻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연구비를 지원하는 공모 프로젝트에서도 기존 논문이 중요 평가 대상이다. 또 다수의 연구자가 함께 작업에 참여하는 경우 교수 1명이 모든 데이터의 세부내용을 파악하기도 힘들다. 따라서 “그룹 연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라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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