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 젖는 ‘아랍의 봄’… 이집트 80여명 사망, 튀니지 유혈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9일 03시 00분


■ 北아프리카 다시 혼돈속으로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의 진원지였던 이집트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또다시 정치적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축출 이후 혼란이 이어지는 이집트에서는 유혈 사태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카이로 외곽 나스르시티에서 무르시 전 대통령의 복귀를 요구하는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주의 세력의 시위를 이집트 경찰이 무력 진압해 사상자 수천 명이 발생했다.

이날 유혈사태는 과도정부의 실력자인 압둘 파타흐 시시 국방장관이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폭력과 테러리즘에 맞서는 권한을 군부에 부여하는 거리시위에 나서라”고 촉구한 뒤에 일어났다.

이집트 보건사회부 측은 이날 최소 75명이 숨지고 1000명이 다쳤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무슬림형제단은 최소 120명 사망에 부상자는 4500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26일에도 제2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무르시 찬반 세력 간 대규모 맞불 집회가 열려 시위대 간 충돌로 7명이 숨지고 194명이 다쳤다. 8일 이집트군의 발포로 50여 명이 숨진 뒤 최악의 유혈사태다. 3월 무르시 정권 축출 이후 지금까지 이집트에서 최소 2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무슬림형제단의 게하드 하다드 대변인은 “숨진 시위대 대부분이 머리와 가슴에 조준사격 총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니 압델 라티프 내무부 대변인은 “경찰은 최루탄만 사용했을 뿐”이라며 폭력 사태를 조장한 것은 무슬림형제단이라고 비난했다. 이집트 검찰은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일 쿠데타 이래 연금돼 있던 무르시 전 대통령에 대한 공식 체포영장도 발부됐다. 이집트 법원은 26일 무르시가 팔레스타인의 무장정파 하마스와 공모해, 2011년 카이로의 교도소 탈옥사건을 일으켰다는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 혐의로 유죄가 확정될 경우 최고형은 사형이다. 내무부는 무르시가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수감된 토라 교도소로 이관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우려의 뜻을 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이집트 과도정부가 평화로운 사태 해결과 이집트인 보호라는 책임을 져야 하고 이집트군은 의사 표현과 집회의 자유 등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27일 성명에서 “폭력은 화해와 민주화를 향한 노력을 저해하고 지역 안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집트 과도정부는 파국의 위기에서 한 발 물러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집트 군부가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한 것과 관련해 쿠데타 여부를 규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집트에 대한 미국의 연간 15억 달러(약 1조7000억 원) 규모 군사·경제 원조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10년 말 ‘재스민 혁명’으로 아랍의 봄을 촉발한 튀니지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이슬람주의 집권세력을 비판해 온 야권 지도자가 괴한의 총격에 사망하자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 지고 있다.

25일 오전 제1야당인 국민운동당의 무함마드 브라흐미 사무총장이 자택 앞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있다가 괴한들이 쏜 총탄 10여 발을 맞고 숨졌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25일부터 수도 튀니스에서는 수천 명이 내무부 청사 앞으로 몰려왔다. 야당 소속 의원 52명도 브라흐미 암살에 항의하는 표시로 26일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들은 의회해산을 요구했다. 시위는 브라흐미의 국장(國葬)이 치러진 27일 이후까지 계속됐다. 경찰은 시위대에 최루탄을 쏘며 진압했으며 이 과정에서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아랍의 봄#이집트#튀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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