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에서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를 재연기하자’는 방침이 거론된 뒤 오히려 미국에서는 ‘예정대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한미 양국의 의견차가 표출된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미국이 전략적 이익을 크게 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지난달 30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인준 청문회에서 “2015년 전작권 전환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도 같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한미 간에 전작권 전환에 관한 새로운 협정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군인들은 기존 약속을 바탕으로 원론적 견해를 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작권 전환 재연기가 미국에 상당한 전략적 차질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한국의 요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은 2006년 한미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이후 주한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운영해 한반도 이외의 분쟁지역에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계획을 꾸준히 발전시켜왔다”고 말했다.
미 연방정부의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 조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군수업체에 전작권 전환이 위기 탈출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미국이 재연기에 소극적인 이유 중 하나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군 관계자는 “한국이 전작권을 전환해 적극적인 전력 증강에 나서야 하는 상황은 미국 군수업체가 원하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한국군 내부에서는 “미국의 원칙론은 전작권 재연기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시각이 많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미국은 한국이 사정해서 어쩔 수 없이 재연기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모양새가 돼야 주한미군 주둔부담금 협상, 한미 원자력협상 등에서 대(對)한국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사일방어(MD) 체제 참여 압박 수위도 고조될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교부는 2014년부터 적용할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실질적인 제도 개혁과 총액 삭감을 추진하고 있어 한미 간 논쟁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제2정조위원장인 조원진 의원은 31일 외교부 통일부와의 당정협의 직후 “그동안 방위비분담금 책정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맞췄는데 이번에는 총액기준으로 삭감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 누적된 관행 중 시대에 맞게 개선할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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