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연립정부 존립여부, 베를루스코니 재판에 달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일 03시 00분


세금포탈 혐의 상고심 선고 임박… 소속당 PDL “유죄땐 연정 탈퇴”

이탈리아 대법원이 1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76·사진)의 세금 포탈 혐의에 대한 상고심에서 이틀째 심리를 진행했다. 최종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집권 엔리코 레타 연립정부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대법원이 이날 낮 12시경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탈리아 최대 미디어 그룹 미디어셋과 세금 횡령을 공모한 혐의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오후 4시 반 현재까지 최종 판결은 나오지 않았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밀라노 항소법원에서 징역 4년의 실형과 5년간 공직진출 금지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지난 20년간 이탈리아에서 군림하던 베를루스코니의 정치적 생명이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가장 큰 피해자는 엔리코 레타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를루스코니가 속한 중도우파 자유국민당(PDL)이 판결에 반발해 각료 총사퇴와 소속 의원들의 집권연정 탈퇴를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중도좌파 민주당(PD)도 상대 당 대표가 유죄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적과의 동침’을 더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레타 총리도 물러나고 차세대 유력 주자인 마테오 렌치 피렌체 시장이 총선을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올해 2월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없어 이탈리아는 수개월간 정부를 구성하지 못했다.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개혁 법안을 추진해 온 연립정부가 또다시 혼돈에 빠질 위기에 처하자 주변국들이 유로존 세 번째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연정이 최종 붕괴되면 국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유국민당이 베를루스코니 대신 그의 장녀 마리나 베를루스코니(46)를 차기 수장으로 내세워 연립정부 지속을 위한 정치협상을 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판결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관련된 재판에서 나오는 최초의 대법원 확정 판결이다. 그는 지난달에도 이탈리아 밀라노 법원에서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와 뇌물 등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았으며, 나폴리에서는 전직 상원의원을 매수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베를루스코니#연립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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