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가 미국에 이집트 내분 해결을 위해 개입하라고 촉구하고 나서 이집트 혼란 사태에 새로운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실세로 부상하고 있는 군부 지도자 압델 파타 알시시 국방장관(사진)은 4일 미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인 무슬림 형제단에 대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이 영향력을 이집트 내분을 해결하는 데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무르시 전 대통령의 복권을 주장하는 무슬림 형제단 등 무르시 지지 시위 세력에 집회 중단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집트에서는 군에 의한 무르시 축출 이후 무슬림 형제단 세력과 군부 지지파 사이에서 맞불 집회와 폭력 충돌이 잇따르면서 250명 이상이 숨지는 등 유혈 충돌이 이어져 왔다.
알시시 장관은 “미국이 지금까지 이집트의 민심을 무시했다”며 “이집트인들은 미국이 등을 돌렸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 행정부가 중립을 지킨다며 무르시 전 대통령 퇴진 이후 이집트의 혼란한 정국에 모호한 태도를 유지해 온 것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일 파키스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집트 군부는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있다”면서 “군부는 수많은 국민의 요청에 따라 정국에 개입했고 우리가 판단하는 바로는 정권을 탈취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군부에 대한 지지를 시사한다.
하지만 무르시 지지 세력이 즉각 이 발언에 크게 반발하자 한발 물러섰다. 미국 정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케리 장관은 2일 영국 런던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외교장관을 만나 “과도 정부는 무르시 지지자들이 평화롭게 시위할 수 있게 허용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이 3일 “알시시 장관에게 반대파를 포용하는(inclusive) 정치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윌리엄 번스 미 국무부 부장관은 같은 날 무슬림 형제단과 산하 자유정의당 인사는 물론이고 나빌 파흐미 이집트 외교장관 등과도 면담하는 등 내분 중재 해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시시 장관의 ‘미군 개입 촉구’ 발언으로 이집트 사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이 더욱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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