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팔, 안으로 굽다

美ITC 애플제품 수입금지에 거부권
26년만에 처음 뒤집어… 삼성 “유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분쟁에서 자국 기업인 애플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 주는 결정을 내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삼성의 특허를 침해한 애플의 제품들을 미국으로 수입하지 못하도록 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치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ITC의 조치를 미 대통령이 거부한 것은 26년 만에 처음이며 당초 예상을 깬 결정이어서 미 업계도 놀라고 있다. 자유무역을 주창해 온 오바마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카드를 빼들었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위임받은 무역대표부(USTR)의 마이클 프로먼 대표는 3일 어빙 윌리엄슨 ITC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관련 당국 및 당사자들과 심도 깊은 협의를 거쳐 ITC의 수입 금지 조치를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 경제의 경쟁 여건 및 미 소비자들에게 미칠 영향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ITC는 올 6월 초 “삼성의 데이터 전송 오류를 없애는 기술 특허를 애플이 침해했다”며 이 기술을 적용해 중국 등 해외에서 생산되는 아이폰4 아이패드2 등을 미국으로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수입 금지 조치는 효력을 잃었다. USTR는 ITC에 보낸 서한에서 삼성의 특허가 무선통신의 기초가 되는 ‘공용 특허(FRAND 특허)’이며 이를 인정하면 업계와 소비자에게 자칫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크리스틴 휴젯 애플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중요한 사안에서 혁신을 지지한 오바마 행정부의 결정에 박수갈채를 보낸다”면서 삼성전자를 겨냥해 “이런 방식으로 특허 체계를 남용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내용의 짧은 성명을 발표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김용석 기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