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식민지 지배 반성 ‘무라야마 담화’ 나오자
“국민의 과거사 기억 새로 만든다”… 네오 내셔널리즘 움직임 본격화
헌법 개정-군사대국화도 같은 맥락
한국이 민주화된 데 이어 냉전이 해체되면서 일본 우익 세력은 큰 위기감에 사로잡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본격 제기되자 일본은 1993년 잘못을 시인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관방장관의 담화를 발표했다. 자민당은 그해 8월 총선에서 패배해 비(非)자민 연합세력에 정권을 내줬다. 자민당은 이듬해 사회당, 신당사키가케와 손잡고 정권을 되찾았지만 총리직은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사회당 위원장에게 양보해야 했다. 무라야마 총리는 1995년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반성하고 사죄한 이른바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자 제국주의 시대를 청산의 대상이 아니라 영광과 부활의 대상으로 여겨 온 우익 그룹은 같은 해 ‘자유주의 사관 연구회’를 결성해 본격적인 대항에 나섰다. 주요 목표는 위안부를 기술하기 시작한 교과서였다. “전후 일본 역사 교과서는 자학사관에 근거해 기술됐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입장에서 역사를 재조명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과거사에 대한 국민의 기억을 새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네오 내셔널리즘’으로 불리는 국수주의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1997년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을 결성해 역사 교과서를 직접 제작했다. 그렇게 나온 ‘새로운 역사교과서’는 2001년 문부성 검정을 통과했다. 이후 일선 학교들이 정식 교재로 채택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1999년 군국주의 상징인 히노마루(日の丸·일장기)에 대한 기립과 기미가요 제창 의례 준수를 규정한 ‘국기국가법’이 제정됐다.
2006년, 아베 신조 1차 정권은 보다 대담한 정책을 만들었다. 교육이 군국주의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1947년 제정한 뒤 지켜왔던 교육기본법을 애국심 고취 방향으로 개정한 것이다. 지난해 재집권한 아베 정권은 ‘교과서법 제정’에 시동을 걸었다. 모든 교과서가 정부의 과거사 관련 주장을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하자는 것이다. 자민당 교과서 검정 특별부회는 6월 중간보고서에서 “현행 교과서에는 자학사관에 강하게 사로잡히는 등 교육기본법의 취지에 따르고 있는지 의문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다”며 교과서법 제정을 촉구했다. 일본의 헌법 개정과 군사대국화는 이런 네오 내셔널리즘의 토대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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