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분기별 국내총생산(GDP)이 3분기 연속 성장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희소식이지만 총리 관저 주변에는 시름이 가득하다. 10월에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소비세 딜레마 때문이다.
내각부는 12일 2분기(4∼6월) 실질 GDP가 연율로 환산해 전년 동기 대비 2.6%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1분기 대비 0.6% 늘어 3개 분기 연속 증가했다. 아베노믹스 효과로 소비심리와 수출 실적이 개선된 게 주효했다. 개인 소비는 보석과 고급 시계류를 중심으로 1분기보다 0.8% 늘어 예상치인 0.5%를 웃돌았다. 수출은 엔화 약세에 힘입어 3.0% 늘었다.
하지만 2분기 성장률은 시장 예상치인 3.6%에는 못 미쳤다. 특히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나타내는 기업 설비투자는 0.1% 줄어 6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였다. 주택 투자도 0.2% 줄어 5개 분기 만에 하향세를 나타냈다. 반쪽 성장에 그친 셈이다. 아베 총리는 “정권 출범 이후 경기가 순조롭게 상승하고 있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이번 지표는 경우에 따라 아베 정권을 뒤흔들 수 있는 소비세 인상의 직접적 판단 재료가 된다. 소비세 증세법안은 내년에 소비세를 현행 5%에서 8%로 올릴지 올 10월까지 결정하되 경기 호전을 조건으로 달았다. 정권 안팎에서는 연 2% 성장이면 소비세 인상이 가능하다고 봐왔다. 하지만 사정은 간단하지 않다.
기업 설비투자 등 경기 회복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세를 올리면 경기 위축과 세수 감소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1995년 4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정권은 소비세를 3%에서 5%로 올렸다가 그해 분기 성장률이 1분기 3%에서 2분기 ―3.7%로 고꾸라지는 쓴 경험을 했다. 정부 세수도 1997년 역대 최고치인 53조9000억 엔(약 619조8500억 원)을 반짝 기록한 뒤 한 번도 당시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세수가 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내각에 당시 상황을 검증하도록 최근 지시했다.
반면 소비세 증세를 연기하면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재정건전화 의지가 의심받게 돼 신용등급 강등과 장기금리 급등 등 충격파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아베 정권 내부에서도 찬반으로 나뉘어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생상은 “다음 달 9일 발표될 GDP 확정치를 확인한 후 아베 총리에게 최종 판단 재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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