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과거사 사죄 담화’ 무라야마 前총리 단독 인터뷰
“아베 개헌 반대하는 세력, 당파 넘어 결집해야”
“평화헌법이 있었기에 일본은 지금까지 전쟁을 모르고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1995년 일본의 아시아에 대한 사죄 결정판으로 평가받는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던 무라아먀 도미이치(村山富市·89·사진) 전 일본 총리. 그가 19일 일본 도쿄(東京) 중심가의 루포루고지마치 호텔에서 본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평화헌법 개헌에 대해 “용서할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개헌 반대 세력이 당파를 넘어서 결집해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침략의 정의는 정해진 게 없다”고 발언한 아베 총리의 본심이 ‘전후 체제로부터의 탈피’라고 비판했다. 점령군이 준 헌법이 아니라 자기 손으로 헌법을 다시 만들겠다는 게 아베 총리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그는 아베 총리가 개헌 선결 과제로 추진 중인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 “(이를 인정하면) 일본은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된다”고 우려했다.
총리와 각료들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서는 “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A급 전범을 처벌한 도쿄재판을 수락하면서 체결했던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위반이라는 것이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한일 간 최대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해 “우선 고노 담화를 긍정해야 한다”며 고노 담화 수정 의사를 밝히고 있는 아베 총리에게 일침을 놓았다. 그는 또 “양국 정부 간에 책임 있는 이야기를 하고 (일본 정부) 나름의 속죄를 통해 남겨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아베 총리의 우경화 행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언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도 걱정하고 있고 주위에서도 ‘괜찮을까’ 하고 많이 걱정한다”며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자신감에 가득 차 듣는 귀를 갖고 있지 않다”고도 말했다.
아베 총리의 나흘 전 8·15 전몰자 추도사에 대해서는 “왜 아시아에 대한 반성과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부전(不戰) 맹세를 하지 않았느냐고 본인에게 엄중하게 따져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이 추도사에서 1993년 이후 모든 총리가 답습해 온 아시아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 부전 맹세를 20년 만에 처음으로 하지 않았다. 이는 일본 안팎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사실상 부정한 것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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