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0시 20분경 미국 오리건 주 포틀랜드 외곽에 위치한 뱅크오브아메리카 지점에 50대 남성 한 명이 들어섰다. 그는 창구 직원에게 쪽지 하나를 건넸다.
'지금 이건 강도짓이다. 1달러(약 1100원)를 달라.'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지만 직원은 일단 1달러 지폐 한 장을 그에게 건넸다. 1달러를 손에 쥔 그는 은행을 빠져나가지 않았다. 그 대신 로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경찰이 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렸다. 출동한 경찰이 2급 강도와 3급 절도 혐의로 그에게 수갑을 채울 때에도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티머시 딘 알시프. 올해 50세의 노숙인이었다. 미국 방송 CBS시애틀에 따르면 알시프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의학적 치료가 절실히 필요한 상태"라며 "돈이 없어 감옥에서라도 치료받을 요량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전과는 없었다. 경찰은 그에게 강도 혐의는 빼고 절도 혐의로만 기소했다. 오리건 주법에서 2급 강도는 피의자가 치명적이고 위험한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는 말 또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보석금은 4만 달러(약 4400만 원)로 책정됐다. 보석금을 내지 못한 그는 현재 감옥에 수감돼 있다.
경찰은 알시프 씨가 범행을 저지르기 며칠 전부터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911(미국의 응급전화)에 직접 전화를 걸어 "교통사고를 당했다" "약물을 과다 복용했다" "치통이 심하다" 등의 말을 했다. 하지만 모두 꾸며낸 말들이었다. 또 길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도움이 필요하다며 911에 전화해 달라고 하기도 했다. 알시프 씨가 실제로 몸이 아픈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허핑턴포스트는 그가 2년 전 노스캐롤라이나 주 개스토니아에서 일어난 유사한 범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당시 59세로 은행 강도에 나섰던 제임스 베론 씨는 창구 직원에게 고작 1달러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을 만큼 가능한 한 오래 감옥에 머물고 싶었다"며 기자들에게 범행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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