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조사 나흘 더 필요”… 시리아 공습 연기될듯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30일 03시 00분


반기문 총장 “조사단 활동시간 부족”
캐머런 “결과 나올 때까지 유보”
오바마 “군사력 동원 결정 못내”
시리아 정부, 조사단 체류연장 요청

당초 이르면 29일 단행될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 등 서방의 시리아 공습이 다음 주 초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선(先) 유엔조사 완료 발언, 영국의 입장 변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무산 등 복합적 이유로 이번 주말 전에 시리아 공습을 시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28일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이번 주말이나 4, 5일 안에 공습을 단행할 것을 원하고 있어 공습 시기를 놓고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당초 미국과 영국은 이르면 29일 늦어도 이번 주말 내에 시리아에 제한적 공습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반 총장은 28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사태는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며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유엔 조사단의 활동을 마치려면 4일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2003년 유엔 조사단에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이 대량 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조사할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은 채 이라크 공격을 단행함으로써 국제적 비난을 받은 미국과 영국은 반 총장의 이번 발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반 총장 발언 후 야당의 압력이 거세지자 “유엔 현장 조사단의 결과 보고서가 나오기 이전에는 군사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어 “유엔 조사단 보고가 완료된 뒤 의회 표결을 거쳐 군사개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일정을 감안하면 다음 주 초까지는 영국의 공격 결정이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이번 주 내에 공습을 끝내기를 원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노동절 휴일을 끝내고 5∼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3일 출국한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해외 방문 일정, 특히 시리아 공격을 반대하는 러시아에서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시리아에 대한 군사행동을 마무리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시리아 군사제재 결의안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도 이뤄지지 못했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군사개입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영국이 제출한 결의안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러시아와 중국 대표가 미국의 공격 주장에 반대해 회의 시작 1시간 만에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면서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공영방송 PBS ‘뉴스아워’에 출연해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그렇지만 군사력을 동원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한적 공습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사드 정권의 추가 화학무기 사용을 저지하기 위한 매우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엔 조사단을 거부하던 시리아 정부는 공습이 임박하자 유엔 조사단의 체류 기간 연장에 매달리고 있다. 바샤르 자파리 유엔주재 시리아 대사는 반 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반군이 22, 24, 25일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여러 차례 화학무기를 사용해 정부군을 공격했다”며 “조사단이 9월 1일로 마감되는 체류 기간을 연장해 추가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공습시기를 늦추기 위한 시리아 정부의 ‘시간 끌기’ 전략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정미경·파리=전승훈 특파원 mickey@donga.com
#시리아 공습#반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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