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식민통치 시절 즉결처형
12일 국가차원 공식사과-배상 발표
전쟁범죄 부인 일관하는 日과 대조
영국에 이어 네덜란드도 식민통치 시절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인도네시아 식민통치 시절인 1945∼49년 자국 군인이 저지른 대량학살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할 것이라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네덜란드 정부가 특정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사과한 적은 있지만 즉결처형 사건 전반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하기는 처음이다.
일본이 식민통치 기간 중 동아시아에서의 전쟁범죄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은커녕 범죄를 부인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뤼터 총리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네덜란드 군과 경찰의 학살로 남편을 잃은 부인들에게 개별적으로 2만 유로(약 2937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식 사과문은 다음 달 12일 자카르타에 있는 네덜란드 문화원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서 자국 대사가 발표할 예정이다.
뤼터 총리의 이번 성명은 즉결처형 사건에 대해 피해자 유가족들이 2011년 네덜란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뒤 ‘네덜란드 정부의 사과와 배상’으로 소송을 마무리하기로 지난달 초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네덜란드 군인들은 1940년대 후반 술라웨시 섬과 자바 섬에서 주민 즉결처형으로 대량 학살을 저질렀다. 피해자 측은 술라웨시 섬의 사망자가 4만여 명에 이른다고 주장해왔다. 1949년에 마무리된 인도네시아의 독립전쟁 당시 수천 명의 인도네시아인이 죽음을 당했다. 독립전쟁 당시 네덜란드군이 저지른 행동은 60년 동안 인도네시아와 네덜란드 정부 간의 민감한 문제로 남아 있었다. 다만 뤼터 총리는 “우리는 즉결처형이라는 끔찍한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에서의 독립전쟁 당시 행한 모든 군사행동을 사과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영국은 6월 과거 케냐 식민통치 시절 현지 주민들에게 저질렀던 가혹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윌리엄 헤이그 외교장관은 1950년대 케냐 ‘마우마우 봉기’ 때 가혹행위를 당한 피해자 5228명에게 사과하고 2000만 파운드(약 341억 원)를 지급하기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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