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5, 6일)에 러시아 동성애자 등을 만날 계획이라고 미 의회전문지 더 힐이 2일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강력한 동성애 통제정책을 펴고 있다. 짧은 방문 기간에 푸틴의 정책에 거스르는 인물들을 만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는 사실상 ‘의도된 도발’이다.
미국과 러시아 간에 최근 ‘신(新)냉전’을 떠올릴 만큼 갈등을 빚는 사안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기밀을 폭로해 미 당국이 체포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Snowden)의 망명을 러시아는 보란 듯이 허용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시리아(Syria)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으로 군사행동 여부를 미 의회에 요청했으나 러시아는 반대하고 있다. 양국은 이번 성(Sexuality) 문제까지 ‘3S 갈등’을 빚고 있는 형국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러 기간에 G20 정상회의와 별도로 인권 문제를 다루기 위해 러시아 인권 운동가들 및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활동가들을 만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러시아 방문 때도 인권 지도자들과 면담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장거리 핵탄두 수 감축에 합의하는 등 협력 분위기가 높았다.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앞서 8월 러시아가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노든의 임시망명을 허용해 미국의 ‘자존심’에 먹칠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 동성애자들을 만나는 것은 스노든 보호에 나선 러시아를 겨냥한 ‘맞불 작전’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6월 말 미성년자에게 비전통적 성관계(동성애) 선전을 금지하는 이른바 동성애 통제법에 서명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도 동성애자들의 헌혈을 금지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발표한 특별성명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완전히 마비됐다”고 지적했다. 시리아 비난 결의안 채택을 막은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비난 발언이다.
러시아 측은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 그것도 인체에 치명적 손상을 주는 맹독성 사린가스를 사용했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결론은 증거가 불충분하며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연방의회(상원) 대표단을 워싱턴에 파견해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군사 공격 포기를 설득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주요 2개국(G2)으로 인정하면서 러시아보다 우선시하는 오바마 대통령과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는 푸틴 대통령의 갈등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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