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는 이미 ‘서머스 경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6일 03시 00분


NYT “美 연준 차기 의장에 내주 지명될것”… 사실상 낙점 보도

‘까칠한 천재’ ‘전형적인 엄친아 경제관료’ 등의 수식어가 붙은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59)이 차기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으로 낙점되었다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66)과 2파전에서 ‘양적완화 신속 종료’를 주장해 온 서머스가 지명될 것으로 알려지자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등 월가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다음 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머스를 내년 1월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지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도 ‘사실상 추가 서머스로 기울었다’고 분석했다.

○ 경제 전문성은 오케이, 스타일은 글쎄?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서머스는 전형적인 ‘엄친아’의 길을 걸어왔다. 1954년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과 교수, 모친은 같은 대학 경영대학원(와튼스쿨) 교수를 지냈다. 특히 각각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삼촌이며 케네스 애로 스탠퍼드대 교수는 외삼촌이다.

어릴 때부터 경제학자 집안에서 토론을 벌일 정도였던 그의 천재성은 이후 이력에서 여실히 입증됐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29세 때인 1983년 하버드대 역사상 최연소 종신교수에 오른다. 1993년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있을 때는 미국의 40세 미만의 가장 뛰어난 경제학자에게 주어지는 ‘존베이츠 클라크메달’을 따기도 했다.

수상 직후인 같은 해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으로 경제 관료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에 재직했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7년에는 재무부 부장관으로 있으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에 대한 구제금융을 적극 밀어붙였다. 1999년 9월 미 상원 청문회에서 ‘한국 등에 대한 IMF의 가혹한 구제금융 조건이 해당 국가들의 경제를 꼬이게 만들었다’고 비판할 정도로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조지 W 부시 정부 출범 때 하버드대에 복귀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하버드대 총장을 지냈다. 이때부터 그의 거친 언행과 독선적인 스타일이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2005년 “여성은 남성보다 수학과 과학적인 능력이 떨어진다”는 여성 폄하 발언으로 고초를 겪다가 결국 이듬해 총장직에서 중도 사퇴하게 된다.

○ 의회 인준, 긴 가시밭길 될 듯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월 서머스를 미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오바마가 ‘교수님’으로 부르면서 그의 경제정책 판단에 크게 의존할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는 끈끈하다. 당초 10월 이후 차기 연준 의장을 지명할 것으로 예상됐던 오바마 대통령이 서두르는 것도 미 의회 인준 절차에 준비 기간을 충분히 갖게 하려는 배려라고 미 언론은 분석한다.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까지 그의 지명에 부정적인 여론이 강하다. 자신의 주장을 고집하는 독선적인 성격으로 주위와 불협화음이 잦다. 재무장관 재직 시 금융규제를 과도하게 풀어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 때문이다. 월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도 이들에게는 ‘눈엣가시’다.

2006년부터 3년간 헤지펀드인 DE쇼의 대표를 지내면서 연간 500만 달러에 가까운 연봉과 보너스를 받았다. 또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월가 금융회사로부터 최근 16개월 동안 270만 달러(약 30억 원) 이상의 기업 강연료 수입을 챙겼다.

월가는 서머스 지명을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는 수차례 ‘양적완화는 이제 별 소용이 없다’며 신속 중단할 의사를 비쳤기 때문이다. 이미 미 국채를 내다 팔려는 투자자로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다. 또 양적완화 종료 속도를 높이면 신흥국은 더욱 어려운 지경에 빠질 것이라는 분석도 줄을 잇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2명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8, 9명이 일제히 교체될 것으로 예상돼 지도부 공백에 따른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무더기 교체는 연준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로런스 서머스#월가#연방준비제도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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