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만 하는 G20 말고 성장-민주 이룬 D10으로 재편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11일 03시 00분


美 타임-WSJ 새로운 동맹 결성 제기
“성장-민주주의 가치 공유에 무게… G8서 러 빼고 韓-濠-EU 넣어야”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이를 대체할 기구로 D10(Democracies 10)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5,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볼 수 있듯 G20은 시리아 문제 등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국제 현안에 대해 전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배경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9일 “국가 간 경제규모와 민주주의 성숙도에서 큰 차이가 있는 G20은 민감한 정치·군사적 사안에 대해 ‘결론을 못 내리고 실패하는 과정’을 반복할 것”이라며 D10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타임이 거론한 D10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을 동시에 이룬 10개 나라다. D10 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 한국 유럽연합(EU). G20 회원국 가운데 10개국인 러시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했다.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전체 GDP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이 1.5% 미만이거나 시리아 제재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힌 나라들이다.

타임은 D10이 동맹으로 부상하면 이미 한계를 드러낸 G8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주요 서방 선진 7개국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G8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신흥경제국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지금은 ‘무늬만 남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6월 북아일랜드에서 열린 G8 정상회의는 역외 탈세 문제에 대한 구체적 실행 계획이 없는 공허한 선언만 발표해 비판을 받았다. 특히 다른 7개국과 러시아 간 정치·경제적 시각차도 문제가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교실 뒤에서 지루해하는 학생 같다”고 조롱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G8은 잊어라. 이제는 D10시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치·경제적 갈등이 상존하는 G8은 한계에 봉착했다”며 “G8보다 더 단단한 민주주의 동맹체가 지금보다 발전된 가치와 전략들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타임 역시 핵 확산방지 문제 등에서 D10이 G8, G20보다 협력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D10 국가들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세계 평화에 대한 신념을 공유하는 일종의 ‘신뢰 동맹체’로서 국가안보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며 북한과 이란 문제에 대처할 것이란 설명이다. D10 국가들은 전 세계 국방비 지출 가운데 4분의 3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10은 경제 규모 면에서는 G20과 G8의 중간이다. D10에 속한 10개 나라의 GDP는 세계 전체 GDP 가운데 63.6%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낮은 호주가 1.5%, 한국이 1.6%이며, 가장 높은 EU가 26.2%, 미국이 23.1% 등이다. G20은 세계 전체 GDP의 87.1%, G8이 52.7%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인구 규모도 중간 위치다. D10은 전 세계 인구의 14.8%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속한 G20은 63.1%, G8은 12.5%다.

그러나 D10에 대해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미국 중심의 정치적 동맹체는 ‘신(新)냉전’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D10이 결성되면 러시아와 중국 등이 이에 대항하는 새로운 동맹 구축에 나서 냉전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G20#G8#D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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