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믿지 않아도 자신의 양심을 따르면 신은 자비를 베풀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은 11일 이탈리아의 한 신문에 보낸 편지에서 “하느님은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용서하는가”라는 무신론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의 공동 설립자이자 전 편집장인 무신론자 에우제니오 스칼파리는 8월 칼럼에서 교황에게 공개 질문했다. 그러자 교황은 이 신문에 2600자 분량의 답장을 보냈고 이 신문 11일자 1면에 소개됐다.
교황은 “진심과 뉘우치는 마음을 갖추면 신의 자비는 한계가 없다”며 “신앙이 없어도 양심에 따르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서 교황은 “무신론자들은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 죄를 짓게 된다”며 “양심에 귀를 기울이고 이에 따르는 것은 선과 악을 구분하고 판단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교황이 올 5월 신을 믿지 않아도 선행을 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설교를 했을 때에도 논란이 일었다. 당시 교황청 대변인은 “구원을 위해 신앙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믿지 않는 이들은 구원받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12일 “이탈리아의 대표적 좌파 매체에 무신론자에 답하는 교황의 글이 실린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한편 다음 달 ‘가톨릭계의 2인자’ 자리로 불리는 교황청 국무장관에 취임하는 피에트로 파롤린 베네수엘라 주재 교황청 대사는 11일 “가톨릭 사제의 의무 중 하나인 독신제(獨身制)를 지속할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베네수엘라 일간 ‘엘 우니베르살’과 가진 인터뷰에서 “독신제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데다 가톨릭법의 교리도 아니다”라며 “하지만 오랜 전통이기 때문에 존속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톨릭 수장과 고위 인사의 잇단 파격 행보는 보수적인 이미지를 벗어 세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교황은 기존 가톨릭의 틀을 깨는 소탈한 행보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7월 동성애자에 대해 “내가 누구를 심판하겠는가?”라며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고, 여성 사제의 서품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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