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물러나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후임으로 ‘세계 경제 대통령’ 등극을 눈앞에 두었던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후보에서 자진사퇴했다. 양적완화 조기 종료를 주장했던 서머스 전 장관의 낙마에 금융시장은 반색하고 있다. 유력한 경쟁자로 양적완화 정책을 지지해온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이 급부상해 출구전략 후폭풍에 시달려 온 신흥국들도 내심 미소를 짓고 있다.
15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서머스 전 장관은 14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마지못해(reluctantly) 포기를 결정했다’는 취지로 서한을 보냈으며 15일 전화통화로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서머스 임명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오바마 대통령도 전화통화 후 이를 수락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시리아 사태와 10월 국가부채한도 증액 협상을 앞두고 미 의회와 대치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지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서머스 카드’를 버린 배경을 분석했다. 의회 비준의 키를 쥐고 있는 미 상원 은행위원회의 일부 민주당 의원들조차도 공개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혀 비준 여부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서머스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기정사실화해 긴장했던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그의 사퇴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 빌 그로스는 “앞으로 미국 주식이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출구전략 가능성 때문에 해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신흥시장에 반사이익이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도 줄을 잇고 있다. 한국의 코스피 등 아시아 증시는 대부분 16일 상승세로 마감하며 서머스의 낙마에 화답했다.
블룸버그통신이 투자자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35%는 서머스가 차기 의장이 되면 버냉키 의장보다 부양책을 덜 쓸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해 왔다. 반면 차기 의장으로 떠오른 옐런 전 부의장은 양적완화를 옹호하는 전형적인 비둘기파로 월가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옐런 부의장이 최종 낙점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거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본인은 강하게 고사하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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