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북한 金 거래해도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3일 03시 00분


지난해 7월 美 재무부에 문의… 재미블로거 안치용씨 문건사진 공개
JP모건 “北과 비즈니스할 의도 없다”

JP모건이 지난해 7월 24일 미 재무부에 보낸 ‘중국에서의 선물(先物) 관련 상품 거래 특별 허가 요청’ 공문. 안치용 씨 홈페이지 캡처
JP모건이 지난해 7월 24일 미 재무부에 보낸 ‘중국에서의 선물(先物) 관련 상품 거래 특별 허가 요청’ 공문. 안치용 씨 홈페이지 캡처
미국계 투자은행인 JP모건이 미국 재무부에 북한산 금(金) 매입 문제를 문의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 씨는 16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JP모건이 지난해 7월 24일 미 재무부에 보낸 ‘중국에서의 선물(先物) 관련 상품 거래 특별 허가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공개했다.

JP모건은 공문에서 “선물 계약 과정에서 상품의 원산지를 사전에 파악할 방법이 없다. 중국 상하이(上海) 선물거래소에서 북한산 금과 이란산 알루미늄을 거래할 경우 제재 조치를 위반한 것이 되는지 알고 싶다”고 요청했다. 또 “우발적인 경우(any incidental activities), 제재 대상국에서 조달된 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이 감행한 핵실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북한과의 ‘벌크 캐시(bulk cash·대량 현금)’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제시장에서 북한산 금을 매입하는 것은 대북 제재 조치를 위반하는 것이 된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부터 대대적으로 금 수출을 통한 외화벌이를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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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중국 업체들이 시장에 나온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일부 미국 제조업체도 투자와 거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북 제재 조치 위반 가능성 때문에 사실 관계를 부인해 왔다. JP모건이 미 재무부에 질의한 것도 북한과 정식 거래를 하겠다는 것보다는 우발적인 거래 가능성에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내 선물업계 관계자는 “상하이 거래소에서는 상품의 원산지를 명기하지 않고 있어 북한산 금이 섞여 있어도 가려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e메일과 통화를 통해 JP모건 측에 △과거에도 북한 등 ‘불량 국가’와의 거래 문제를 미 재무부에 타진한 적이 있는지 △미 재무부로부터 거래 승인을 받았는지 등을 문의했지만 JP모건은 “북한과 비즈니스를 할 의도가 전혀 없다”고만 밝혔다.

북한의 금 매장량 추정치는 939t으로 세계 7위 규모다. 한국의 금 매장량 추정치(44t)의 21배가량 된다. 북한의 연간 금 생산량은 2t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9억6100만 달러를 기록한 대(對)중국 무역적자의 상당액을 금 수출로 상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JP모건#북한#금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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