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오바마케어 유예’ 예산안 再가결… 상원 거부땐 1일 0시부터 ‘셧다운’
정부 폐쇄땐 공무원 100만 무급휴직… 국립공원 통제되고 여권업무도 스톱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국 하원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을 1년 유예하는 내용의 2014년(올해 10월 1일∼내년 9월 30일) 예산안 재수정안을 가결했다. 상원은 예산안 처리 시한인 30일 본회의를 열어 이를 거부할 것으로 보여 다음 달 1일부터 연방정부 일시 폐쇄(셧 다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원은 28일 본회의를 열어 오바마케어 1년 유예와 의료기기세 폐지를 골자로 한 2014년 예산안을 놓고 토론을 벌인 끝에 29일 0시 20분경 찬성 231표, 반대 192표로 통과시켰다. 표결에 앞서 에릭 캔터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우리는 미국을 오바마케어의 악영향에서 보호하기 위해 뭐든지 할 것”이라며 “이젠 상원이 대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오바마케어를 통해 약 5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민영 건강보험 미가입자 가운데 일정 소득 이상(약 3200만 명)이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되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도록 했다. 오바마 정부가 책정한 내년도 관련 예산은 9863억 달러(약 1060조 원). 공화당은 정부가 개인의 보험 가입을 강제하며 시장에 개입하는 것이며 천문학적인 정부 예산이 들어간다는 점을 들어 시행에 반대해 왔다.
이에 앞서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20일 오바마케어 예산을 삭제한 내년도 예산안을 가결해 상원에 보냈다. 미국 하원이 정부 폐쇄에 따른 책임을 감수하고 초강수를 두고 있는 것은 오바마케어 저지에 당의 사활을 건 공화당 내 강경파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분석했다. 하원은 오바마 행정부가 오바마케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려고 신설한 의료기기세를 철회하는 법안도 밀어붙였다.
이에 대해 해리 리드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적절하지 못하다”고 대응했다.
그는 공식 성명에서 “오바마케어에 변화를 강요하는 공화당의 어떤 시도도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분별없고 무책임한 일”이라며 “수정안을 찬성한 이들은 정부 폐쇄에 투표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새해 예산안은 상하원이 같은 내용에 합의하고 대통령이 서명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은 예산안 처리 마감 시한인 30일 본회의를 열어 하원의 재수정안을 거부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하원은 상원이 27일 통과시킨 예산안을 받아들일지, 정부 폐쇄를 자초할지 결정을 해야 한다.
연방정부가 폐쇄되면 최대 100만 명의 공무원이 무급 휴직에 들어가거나 근무를 해도 급여를 받지 못한다. 최근 미국에서 연방정부가 폐쇄됐던 때는 1995년 12월 15일이었다. 당시 연방정부 공무원 80만 명은 1996년 1월 6일까지 강제 휴가를 받고 업무를 중단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14억 달러(약 1조5000억 원)에 달했다.
이번에도 연방정부가 폐쇄되면 관광 명소인 뉴욕 자유의 여신상,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샌프란시스코 앨커트래즈 감옥, 국립공원 등에서 관광객 출입이 통제된다. 여권사무국도 문을 닫아 여권이 만료되거나 만료가 임박한 사람들은 해외여행에 차질이 빚어진다. 쓰레기 수거, 운전면허 시험 및 차량 등록 일정에도 차질이 생긴다.
미국 하원은 29일 정부 폐쇄 이후 여론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정부 폐쇄 중에도 현역 군인과 그들을 돕는 민간인, 하청업자에게는 급여를 계속 지급하도록 했다.
연방정부 폐쇄로 정국이 경색되면 다음 달 중순으로 다가온 연방정부 채무 한도 증액을 위한 정치권의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채무한도 협상 실패는 정부 폐쇄보다 위험한 ‘경제 폐쇄’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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