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유로화… 反이민… 유럽은 지금 ‘극우열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일 03시 00분


오스트리아 총선, 민족주의 깃발 자민당 ‘제3당’ 돌풍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 속에서 치러진 각국 선거에서 ‘반(反)유로화’를 내건 포퓰리스트 극우정당이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 정당은 유로존 재정위기 탈출 정책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에서는 반(反)이민 정책을 내세우고 유로존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자유민주당(FPO)이 21.4%의 득표율로 제3당을 차지했다. 유로화 반대를 기치로 내건 억만장자 기업인 프랑크 슈트로나흐(81)가 이끄는 ‘팀 슈트로나흐’도 5.8%를 득표해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이목을 끈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자민당 당수(44)는 ‘네 이웃을 사랑하라. 그 이웃이 오스트리아인이라면’이라는 구호로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했다. 그는 “모든 것이 유럽연합(EU)에 집중되고 있다. 우리만의 국가와 문화, 정체성을 원한다”며 반EU 슬로건을 활용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오스트리아 유권자 중 거의 3분의 1이 반유로 정당에 투표한 것은 유로존에 대한 경고”라고 보도했다.

반면 현 집권 대연정인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27.1%)과 중도우파 인민당(23.8%)의 합계 득표율은 50.9%로 간신히 과반을 얻었다. 두 당이 집권 연정을 처음 시작한 1945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사민당 당수인 베르너 파이만 총리는 인민당과 대연정을 이어갈 계획이지만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위기 이후 민족주의를 자극하면서 유럽 통합에 반대하는 극우정당 대다수는 선거를 통해 소수파에서 벗어나 원내 제3당의 위치로 뛰어올랐다. 프랑스의 국민전선(FN), 영국독립당(UKIP), 네덜란드의 자유당(PVV), 핀란드의 진짜핀란드인당(TF), 그리스 황금새벽당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난달 22일 독일 총선에서 유로존 해체를 주장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득표율 4.8%를 얻어 원내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단기간에 급성장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들이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20% 이상을 차지한다면 유로존 추가 구제금융과 EU의 각종 통합정책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영국에서는 “내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당인 영국독립당이 보수당, 노동당을 제치고 영국을 대표하는 제1당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프랑스의 집권 사회당(PS)과 제1야당 대중운동연합(UMP)도 “내년 3월 지방선거,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정당 FN에 제1, 2당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구제금융이 필요한 국가 중 좌파 정당이 약진한 곳도 있다. 지난달 29일 치러진 포르투갈 지방선거에서는 중도우파 성향의 집권당이 참패했다. 이날 개표 결과 페드루 파수스 코엘류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민주당은 22%를 득표하는 데 그쳐 제1 야당인 사회당의 득표율 38%에도 못 미쳤다. 이번 선거는 포르투갈이 2011년 780억 유로(약 113조626억 원)의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지방선거로, 집권당의 긴축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그대로 드러났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오스트리아#총선#제3당#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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