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잉주(馬英九·사진) 대만 총통이 집권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검찰은 최근 정치권을 뒤흔든 도청 문제로 그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야권은 대규모 시위와 함께 마 총통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지지율은 10% 이하로 급락했다.
타이베이(臺北) 지방검찰청은 마 총통을 증인 신분으로 곧 소환 조사한다고 뉴스전문 채널인 TVBS 등 대만 언론이 3일 보도했다. 검찰은 왕진핑(王金平) 입법원장(국회의장)의 권력남용 사건 조사와 관련해 황스밍(黃世銘) 검찰총장이 수사종료 전 관련 내용을 마 총통에게 보고한 과정을 집중 조사 중이다. 황 총장은 8월 31일과 9월 1일 두 차례 마 총통을 면담하고 수사 내용을 보고했다.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보고 내용에 검찰의 입법원(국회) 전화 도청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마 총통의 수사 및 도청에 개입 여부가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초 이 사건은 마 총통과 왕 입법원장 간의 정치적 알력에서 비롯됐다. 지난달 6일 국민당 소속인 왕 입법원장이 야당의원 횡령 의혹 사건을 잘 처리해 달라고 사법 당국에 로비한 게 대만 최고법원검찰서(대검찰청) 특정조(特偵組·특수수사팀)에 적발됐다. 마 총통 등 국민당 수뇌부는 왕 입법원장이 권력을 남용했다며 당적 박탈을 추진했다. 마 총통과 왕 입법원장은 같은 당 소속이지만 2005년 당 주석(대표) 경선 이후 대립해 왔다.
그러다 특수수사팀이 왕 입법원장의 뒤를 캐면서 입법원과 외부를 연결하는 공용 전화회선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수사팀은 입법원 전화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칼끝은 거꾸로 마 총통을 향하기 시작했다. 마 총통은 “(보고만 받았을 뿐) 어떠한 지시도 없었다”며 “황 검찰총장과 대질할 용의도 있다”고 반박했다.
야권은 뜻밖의 ‘호재’에 총공세로 나섰다. 제1야당인 민진당 등 대만 야권은 마 총통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쑤전창(蘇貞昌) 민진당 주석은 연일 “마 총통이 사과하고 물러나지 않으면 탄핵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적어도 현재 검찰이 국회를 도청한 점은 확실하다”며 “마 총통은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민진당은 이번 사건이 미국 ‘워터게이트’보다 엄중한 ‘국회 게이트’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가세했다.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마 총통 하야를 위한 시민 행동연맹’은 지난달 29일 총통부 앞 등 타이베이 3곳에서 집회를 열고 마 총통의 즉각적인 사임을 촉구했다. 이날 시위에는 수만 명이 참가했다. 대만 언론은 경기 침체와 구직난, 마 총통의 과도한 친(親)중 정책에 대한 불안감에다 측근 비리, 사병 가혹행위 사망사건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마 총통에 대한 불만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15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마 총통에 대한 지지율은 9.2%였다. 역대 총통 가운데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대만TV는 마 총통이 7년 전 천수이볜(陳水扁) 당시 총통을 겨냥해 “지지율이 겨우 18%인 총통은 하야해야 한다. 하야하지 않으면 매우 수치스러운 것이다”라고 말했던 장면을 방영했다. 2008년 4월 총통에 취임하고 지난해 중임에 성공한 노련한 정치인인 마 총통이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위기에 처했다고 대만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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