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이탈리아 남부 람페두사 섬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선박 침몰사고와 관련해 이탈리아 당국이 생존자들을 외면하고 구조 작업에 늑장을 부렸다는 증언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8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생존자 하미드 무함마드 군(18)은 “이탈리아 해상경비대가 표류하는 우리를 보고 그냥 사라진 뒤 모두가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이 방송은 또 일부 생존자의 전언을 통해 현장에 도착한 해상경비대가 구조 작업이 가능한데도 현장 비디오 촬영에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르마니 나가시 씨(30)는 “내 마음에 너무 큰 상처가 생겼다”며 “우리는 이미 숨을 거둔 동료들의 시신을 구명보트 삼아 5시간 이상 표류했다”고 절규했다. 이어 그는 “어린이는 물론이고 갓난아기를 안은 엄마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브라할리 아마레 씨(23)는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가족과 함께 모국을 떠났지만 남은 것은 충격적인 슬픔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해상경비대 측은 “구조 요청을 받은 뒤 불과 20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구조 작업에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생존자는 “배가 침몰하려 하자 선장이 승객들에게 침구류와 옷가지들을 모아 불을 붙이라고 지시했다. 구조 요청 사인을 보내기 위한 것이었지만 불이 갑판 위로 순식간에 번지면서 사람들이 한쪽으로 몰리는 아수라장이 됐고 배가 뒤집혔다”고 전했다.
승객들은 대부분 북아프리카 출신 불법 이민자들로 500명 중 155명만 구조됐다. 사고 지점인 람페두사 섬은 아프리카 북부 튀니지에서 115km 떨어진 곳으로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1999년 이후 20만 명이 넘는 아프리카 난민과 불법 이민자들이 람페두사 섬을 거쳐 유럽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해양 당국은 최근 인근 지역 단속을 강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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