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美기업 편들기 이중잣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0일 03시 00분


■ 특허침해 애플은 봐주고 삼성은 수입금지
WSJ 등 현지언론도 “정치적 결정”… 한국정부 “서로 다른 결정 내려 유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삼성전자 구형 스마트폰의 수입 금지를 최종 결정한 것을 두고 ‘이중 잣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한 삼성전자 제품을 수입금지 조치한 데 대해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 넥서스, 갤럭시탭 등을 미국 시장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앞서 8월에는 ITC가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한 애플 제품의 수입 금지 결정을 내린 데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쪽 다 상대의 특허를 침해했지만 애플은 봐주고 삼성은 처벌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수입 금지 조치된 제품이 판매가 적은 구형 모델이어서 피해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ITC 판정 과정에서 디자인 특허는 침해하지 않은 것으로 결정됐고, 미국 시장에서 동정 여론도 생겨 사업적으로 유리한 점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카피캣(모방꾼)’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고, 양측이 연방항소법원에서 벌이고 있는 소송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삼성전자 측은 “시장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조치”라며 “ITC의 판정에 항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도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과 애플이 전 세계적으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상호 간의 특허 침해에 대해 미국 정부가 서로 다른 결정을 내려 유감”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도 이중 잣대 논란을 기사로 다루며 관심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가 공평한 대우를 바라는 삼성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에드 블랙 미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회장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미국 기업을 편애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이번 결정이 정치적 압력과 편애에 근거했다”고 보도했다.

특허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결정은 예견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미국 정부가 이번에 내세운 ‘표준특허 침해에 대해선 수입 금지 조치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자국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면 한국 기업에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해석도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손으로부터 표준특허 침해 소송을 당해 수입 금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심영택 서울대 특허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정부와 법원은 최근 표준특허권자의 권리 남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 제조업체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법원은 최근 표준특허권자의 권리 남용을 견제하는 분위기다. 미국 워싱턴과 위스콘신, 일리노이 주의 연방 지방법원은 2011년 이후 모토롤라가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표준특허 침해 관련 소송 3건 가운데 2건에 대해 판매·생산·유통을 금지하는 처분을 내릴 수 없다고 판결했고 1건은 결정을 보류했다.

김용석·김지현 기자 nex@donga.com
#오바마#삼성#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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