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차기 의장으로 확정된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은 동료들로부터 ‘뛰어난 지능을 가진 작은 숙녀(A small lady with a large I.Q.)’로 불린다.
그는 미 뉴욕 브루클린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연준의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 섬세한 리더십을 길렀다. 미 연준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경제학)는 지난달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옐런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반대(Con)는 없고 찬성(Pro)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동료들의 선호도가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내로라하는 경제 석학과 함께 옐런에 대한 지지 서한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한 350명의 미 경제학자 중 한 명이다.
‘나는 그녀를 모른다’며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밀어붙였던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보좌진들도 결국 8일 ‘옐런 카드’를 집을 수밖에 없었다. 올해로 100년 역사를 맞은 연준의 첫 여성 의장 지명자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가 폭넓은 지지를 받는 것은 남편인 조지 애컬로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2001년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와 함께 이룬 학문적 업적도 한몫을 했다. 그는 줄곧 ‘경제 통화정책을 통해 고용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여러 논문을 통해 주창했다.
1994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대학 교수에서 연준 이사로 자리를 옮긴 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을 역임하면서 그의 학문적 신념을 정책으로 구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독단적인 서머스와 달리 풍부한 유머로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고 시장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또 다른 강점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옐런 부의장은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물가 상승을 감수할 수 있다는 연준 내 대표적인 ‘비둘기파(온건파)’ 가운데 한 명으로 벤 버냉키 의장과 함께 양적완화 정책을 설계한 인물이다. 8일 백악관 발표 이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 선물이 상승하면서 그의 지명을 환영했다.
다만 오바마 진영이 의도했던 ‘새로운 피를 수혈해 연준을 바꾸겠다’는 의도에는 못 미치는 데다 공화당 일부 의원 사이에 ‘지나친 통화완화 정책주의자’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60명의 지지가 필요한 상원(100석) 인준에서 옐런 부의장을 지지하는 민주당이 54석을 장악하고 있어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옐런 부의장의 경쟁자였던 서머스 전 장관, 버냉키 현 의장, 버냉키 의장의 전임자인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모두 유대인 출신이어서 연준의 유대인 인맥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재닛 옐런의 임명을 계기로 앞으로 5년 내에 세계 경제 위기가 재발한다면 이를 해결해야 할 5개 자리 중 4개는 여성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세계경제 정책결정 파워그룹의 여인 천하 시대가 열렸다’고 전했다.
WSJ가 지목한 5개 자리는 미 대통령, 미 연준 의장,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독일 총리다. 차기 미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통령이 되면 5개 자리 중 남성은 ECB 총재만 남는다. 힐러리 전 장관은 지난달 CNN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65%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에 앞서 2011년 IMF 총재에는 전 프랑스 재무장관인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취임했고 지난달에는 유로존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독일 총리에 앙겔라 메르켈이 3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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